보험사기방지특별법 보험사기 효과적 대응 vs 구색갖추기
보험연구원·금융소비자연맹 다른 지적 내놔
[매일일보 이정화 기자]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보험사기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소비자 보호 조항이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7일 보험연구원 임준 연구위원·이성은 연구위원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정 의의와 기대효과' 보고서를 통해 "보험사기를 일반사기와 구별되는 별도의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보험사기 방지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2013년 8월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2년 넘게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보험사기를 별도 범죄로 분리해 형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보험사기 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특별법 제정으로 인해 선량한 소비자가 보험금 지급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 소비자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책도 마련됐다.
특별법 주요 내용 중 두 번째는 소비자 보호에 관한 것으로 보험사기 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됐다.
보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사고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지체·거절하거나 삭감해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금지조항과 건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또 보험사기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그 동안 규제당국의 공문이나 협조를 통해 이루어지던 보험사기행위 인지보고·심사의뢰가 한결 수월해진다.
그 동안은 보험사가 보험사기에 대해 조사할 때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임 연구위원과 이 연구위원은 "이번 특별법 제정은 무엇보다도 잠재적 보험사기범에게 우리 사회가 보험사기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사전에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히 과태료 1000만원을 물리는 정도로는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지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보험사의 보험청구건수가 수백 만건에 이르고 보험금이 억 단윈데 과태료 1000만원을 물린다는 것은 일종의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고 무의미한 조항"이라며 "이미 보험 약관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미룰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험사가 보험사기로 의심했는데 사실이 아닐 경우 입증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 보험사가 보험사기로 의심한 데 대한 고의·중과실 책임을 소비자 개인이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개인이 보험사를 상대로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또 이 사무처장은 "고의·중과실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구체적이지 않다"며 "보험계약자를 더 적극 보호해야 하는데 오히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을 과보호 하고 있어 거꾸로 가는 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