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긴장시켜라
[연예+연애칼럼] 성현아, 조동혁 주연 영화 ‘애인’
영화에는 대개 대사가 반드시 있다. 그 대사 가운데 좋은 대사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마음 속에 오래 남는다. 성현아, 조동혁 주연 영화 ‘애인’에서도 좋은 대사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여자의 특이한 심리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대사는 이것이다.
‘좋은 남자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갖고 싶어. 너무 좋아서 누구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는 남자 말이야. 내가 할머니가 되서도 죽을때도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는 그런 남자.’
여자가 생각하는 좋은 남자의 조건은?
일단 우리는 이 ‘애인’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좀 살펴보도록 하자.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우연하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난다. 남자에게 끌린 여자가 몸을 허락하고 두 남녀가 관계를 가진 뒤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헤어진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별 내용 없는 영화이지만 영화를 주의깊게 보면 여성의 독특한 심리를 읽을 수 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조동혁과 성현아는 서로에게 이름도 알려주지 않는다. 조동혁은 그냥 ‘남자’로 불리고 성현아는 그냥 ‘여자’로 불릴 뿐이다. 이들이 서로에게 정체를 노출하지 않는 이유는 그냥 하루의 관계를 추억으로 끝내고 싶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쿨’하게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처음 관계를 가진 뒤 헤어지려 한다. 하지만 ‘남자’(조동혁)은 그녀를 잊지 못하고 따라온다. ‘여자’(성현아)는 7년 간 사귀어 온 남자가 있는 몸이다. 그런 이유로 ‘남자’를 차갑게 거절하려 한다.
그러나 7년 간 사귀어 온 남자는 ‘여자’를 즐겁게 해주지 못한다. 7년간 사귀어 온 남자는 일단 재력도 있고 능력도 있다. 하지만 불친절하고 타산적이다. 7년 간 사귀어 온 지라 너무 편안해진 때문인지 여자를 즐겁게 해주지도 않고 긴장감을 느끼게 하지도 못한다.
돈 없지만 편안한 남자에게 한눈 파는 여자
이런 애인에게 싫증을 느낀 ‘여자’는 한눈 팔기 시작한다. ‘남자’는 돈은 없지만 멋있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인간미가 있다. 보통 여자는 돈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이지만 영화 ‘애인’에서는 그런 통념이 반드시 당연한 것은 아니란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래도 ‘여자’는 7년 간 사귄 애인과의 결혼을 깨지 않는다. 영화는 막판에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는 장면에서 마치 ‘여자’가 ‘남자’에게 돌아갈 것만 같은 느낌을 줌으로서 관객을 긴장하게 한다.
영화 ‘애인’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가 바로 잘만 킹 감독의 ‘투문정션’이다. 일류여대에서 여왕으로 뽑힌 주인공 에이프릴과 역시 일류대학 학생회장 출신인 처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 결혼하기로 하는데 어느날 에이프릴은 서커스단이 있는 곳으로 갔다가 인디언 혼혈 청년 테드를 만나게 되고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일단 생활수준과 사회적 지위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진 두 사람은 이상하게도 친해지고 관계까지 갖게 된다. 그러나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에이프릴의 할머니는 테드를 죽이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로 끝나고 에이프릴은 테드 대신 처드와 결혼을 한다. 그렇지만 에이프릴이 테드를 버린 것은 아니다. 영화 마지막에 에이프릴과 테드와의 일종의 불륜관계를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은 에이프릴과 테드와의 사랑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 안도하게 된다.
여자의 이중 심리
사람은 누구나 이중적인 심리를 가지고 있다. 가정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이 부모님을 방문했을 때 선물을 사갖고 들어간다. 부모님은 대개 선물없이 와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선물을 사 갖고 들어가면 보통 더 좋아한다. 인간에게는 이런 특이한 심리가 있다.
이는 여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왜 여자들은 돈 없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남자에게도 눈길을 주는 것일까. 여자들은 일단 돈이란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다른 사랑을 꿈꾸기 마련이다. 특히 영화 ‘애인’에서 나오는 ‘여자’의 애인은 ‘여자’를 숨막히게 한다. 불친절하고 지나치게 돈을 중시한다. 그리고 여자를 속박하려 하고 지배하려 한다. ‘여자’는 이런 애인에게 내심 불만을 품고 있지만 7년 간이나 사귀어 온 애인에게 그것을 토로할 수 없다. 영화 속에서는 ‘여자’보다 7년 간 사귄 애인이 사회적으로 강자의 위치에 있음을 암시한다. ‘여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갑갑했을 것이다.
투문정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에이프릴은 처드를 사랑하지만 처드는 그야말로 겉으로는 ‘바른생활 사나이’면서 속으로는 평범한 사람인 경우로 좀 재미가 없다. 처드의 눈을 피해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는 것, 그것도 자신과 전혀 살아 온 배경이 다른 떠돌이 테드를 만난다는 것은 알 수 없는 긴장감을 준다. 영화 애인에서 나오는 부유한 애인이 ‘여자’를 숨막히게 만드는 식의 긴장감과는 다른 맥락의 긴장감이다.
정리하면 여자에게 접근해 사랑받는 방법은 인간미있는 남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간혹 적당히 여자에게 긴장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여자에게 겁을 줘서 긴장감을 느끼게 하라는 말이 아니고, 안온하고 재미없는 일상을 깨는 일종의 모험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힘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여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남자가 될 수 없다. 누구나 여자들에게 인기있는 남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