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중금리 대출 시장…금융사 신상품 개발 박차
빅데이터 분석 기반…은행-저축은행-P2P업체 합종연횡
2017-03-09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중금리 대출이 제2금융권뿐만 아니라 제1금융권에서도 부활하고 있다.핀테크(Fintech)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이 중신용자들을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신용평가 방안으로 활용되면서 금융사들이 신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9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과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 상품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KB국민카드는 지난달 28일 카드업계 최초로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연 7.5~14.91%에서 금리가 차등 적용되는 ‘생활든든론’을 출시했다. 이 상품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한화생명도 지난달 보험업계 최초로 신용등급 4∼7등급의 일반법인 직장인이나 개인사업자까지 대상을 넓힌 ‘한화스마트 신용대출’을 내놨다.핀테크를 기반으로 출시된 이 상품은 인터넷·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KB국민카드의 상품은 출시 1주일 만에 누적 대출금 10억원의 실적을 냈다. 한화생명의 상품도 시장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대부업체와 시중은행 사이에 낀 저축은행도 중금리 대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JT 친애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연 12~19.9%의 대출상품인 ‘와우론’을 출시해 최근 대출금 150억원을 돌파했다.최대 5000만원, 상환기간이 6년으로 비교적 길다는 장점이 고객들을 끄는 주 요인이 됐다.SBI저축은행의 모바일 중금리 상품인 ‘사이다’는 지난해 말 출시한 후 지난 7일까지 누적대출 280억원을 기록하는 등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이른바 ‘핫’한 상품이다.대출금리가 연 6.9~13.5%로 양호한 데가 한도도 3000만원으로 꽤 높아 평균 1300만원을 대출, 건수는 2200건에 이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웰컴저축은행이 지난달부터 내부 고객을 대상으로 ‘텐텐 저축’을 판매하는 등 다른 저축은행들도 중금리 대출 시장 진출을 위한 신상품 개발에 착수했다.신용도가 좋은 고객들을 주로 상대했던 시중은행들도 중금리 시장을 곁눈질하고 있다.시중은행들은 지난 2012년부터 중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했으나 지난 7월 기준 중금리 대출 실적은 914억7000만원에 불과해 다분히 요식적이라는 비판을 샀다. 이는 은행 신용대출 115조원 대비 0.3%에 불과한 셈이다.그러나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먹거리가 줄어들면서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들도 중금리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우리은행은 모바일은행인 위비뱅크를 통해 지난 5월말 위비 중금리 대출을 출시해 지난 4일까지 780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렸다.신한은행도 써니뱅크 스피드업 중금리 대출을 지난해 6월 출시해 현재까지 대출 신청만 947억원 어치를 받았다.업권 간의 합종연횡도 시중은행을 중금리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된다.KEB하나·농협·신한·우리·KB국민·씨티은행은 서울보증보험, 5개 저축은행과 공동으로 오는 9월쯤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은행과 저축은행이 서울보증의 보증보험을 연계해 5000억원씩, 총 1조원을 공급한다.은행은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보증료를 포함해 10% 안팎의 금리에 2000만원 한도로, 저축은행은 은행대출이 어려운 고객을 대상으로 15% 안팎의 금리에 1000만원 한도로 돈을 빌려준다.수협은행도 최근 웰컴저축은행과 손을 잡았으며 NH농협은행은 농협캐피탈과 지난해 연말 출시한 ‘NH EQ론’이 지난 3일까지 63억원의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