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북-미 전쟁’ 시나리오

세계는 축구전쟁 중, 한반도는 북-미 신경전 중

2007-06-23     곽호성 기자
전 세계가 2006 월드컵을 지켜보며 치열한 축구전쟁의 묘미를 즐기고 있지만 북한과 미국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바로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로 인한 갈등이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최대의 이권을 얻어내기 위해 미사일 발사 위협을 하고 있고 이에 미국은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가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애시튼 카터 전 국방차관보는 22일자 워싱턴포스트 공동기고문에서 북한이 대포동 2호의 연료를 빼내고 격납고에 도로 집어넣기를 거부한다면 이를 선제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리 전 미 국방 ‘발사 준비 완료된 대포동 2호 때려부숴라’

두 사람은 북한 미사일이 발사됐을 경우 이를 요격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검증돼 있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며 북한이 미사일 발사준비를 강행할 경우 선제타격할 수 밖에 없음을 미국이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에 반대할 한국은 선제 타격에 아무 역할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한국은 미국 영토가 위협에 처해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고문에서는 이런 선제 타격은 한국의 영토를 이용해서는 안되고 잠수함에서 순항 미사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해 북한 전체나 군이 아닌 대포동 미사일만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2일 피터 로드먼 국방부 국제안보정책 차관보는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 증언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도발적이고 위험한 행위가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상당한 대갗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미국 측이 말하고 있는 상당한 대가란 더욱 강력한 경제제재와 같은 비 군사적 수단의 제재강화를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 북한 공격은 없다

미국 백악관은 22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고집할 경우 선제공격을 통해 이를 파괴해야 한다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제의를 거부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페리 전장관의 제의에 대해 "우리는 외교가 올바른 해법이라고 보며, 그게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 미사일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것임을 밝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수행해 헝가리를 방문 중인 해들리 보좌관은 또 "이 문제를 푸는 길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들리 보좌관은 이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북핵 6자회담은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백악관의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북한과 미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은 대개 이런 내용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① 월드컵 기간 중에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할 리 없다

② 어떤 형태로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한국 경제는 물론이고 동북아 경제 전체에 불안요인이 생기게 된다

③ 북한이 테러와 같은 수단을 통해 미국에 보복을 가할 수 있다

월드컵 기간 중에 미국이 북한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 측도 믿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허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긴장을 풀고 있는 틈을 타 북한을 일거에 기습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7월에 북한을 기습폭격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시비걸기가 몹시 불쾌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극도의 빈곤에 찌들어 있는 북한에 경제제재 조치 같은 것을 더 가한다고 해서 북한이 당장 굴복할 리도 없다. 오히려 북한은 미국의 제재가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각종 범죄행위를 통해 돈을 벌어 들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미사일 외에 핵을 이용해 미국과 세계를 위협하는 행동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의 강경보수파들은 북한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군사력은 북한의 그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력하므로 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북한의 테러 가능성은 북한을 미국이 손 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북한을 그냥 방치해두면 언제라도 동북아의 위기는 가중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을 일거에 기습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고 해도 막상 그 핵을 사용할 수는 없다. 그 핵을 미국 본토에 쏘겠는가. 일본에 쏘겠는가. 핵은 당연히 한국에도 사용할 수 없다.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국제 사회의 엄청난 보복을 가져 올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을 통째로 미국이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결국 재래식 공격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미국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공격을 하게 되면 이는 엄청난 보복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북한은 함부로 공격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과 입장이 다르다. 미국은 작심하면 북한을 때릴 수 있다. 북한을 때릴 때에도 인공위성을 통해 북한을 감시하다가 북한이 허튼 짓을 할 기미가 보이면 그 즉시 북한을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다. 북한이 테러 위협을 하더라도 일단 북한을 한번 때리기 시작하면 적어도 북한의 핵 시설이나 미사일 기지와 같은 직접적 위협요인들은 반드시 제거할 것이다.

미국의 북한 공격 이후 북한의 대응은?

만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북한은 보복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보복을 하기도 힘들뿐더러 혹독한 재보복을 불러 올 보복을 하느니 차라리 잠자코 피해를 감수하고 국제사회의 반미여론을 일으킬 궁리를 할 것이다. 사실상의 반미여론 기지로 북한이 자리매김한다면 북한은 또 다른 형태의 미국에 대한 공격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미국의 공격에 대해 잠자코 있어야 2007 한국 대선에서 북한에 보다 우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세력이 집권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이 북한을 기습공격할 경우 북한에 동정을 보내는 한국 국민들은 한나라당보다 한나라당 반대세력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이후 한나라당 반대세력이 한국에서 집권하면 상당한 수준의 미국에 대한 반발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공격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이들이 한나라당 반대세력 지지그룹의 중핵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렇게 될 경우 손해를 보게 되고 한국은 또 다른 남남갈등이 심화될 것이지만 당장 눈 앞에 있는 북한의 위협은 이런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도록 만들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대선이 있는 2007년보다는 2006년에 북한을 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리고 미국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2009년 1월에 종료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기왕 북한을 친다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공격하는 것이 낫다. 2008년은 레임덕에 시달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며 앞으로 이란 문제와 같은 또 다른 복잡한 문제가 돌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미국이 어느 정도 손 봐주면 이란은 적지 않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을 유혹하는 전쟁의 매력

현재 부시 대통령 지지도는 다소 낮은 편이다. 6월 1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37%. 그나마 4월 말의 32%보다는 다소 나아진 것이라고 한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은 이유는 크게 이렇게 볼 수 있다.

① 여전히 혼란스런 이라크 문제

② 경제부진

이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또 다른 전쟁의 유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이 있듯 부시 대통령의 한쪽 발목을 잡고 있는 이라크 전쟁 문제를 또 다른 전쟁을 통해 극복하려 들 수도 있다. 또 다른 전쟁이 터지면 대중들은 복잡한 국내 경제 문제 같은 것 대신 전쟁 상황으로 눈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국민들 역시 잘 알고 있다. 과거 월남전을 많은 미국인들이 반대했던 것은 그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전쟁에 미국 젊은이들이 참전해야 한다는 데 대한 불만이 주된 원인이었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 문제는 다르다. 북한은 엄연히 미국 영토를 위협중이며 북한의 인권상황은 세계 최악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을 겨울에 공격할 가능성이 있을까? 미국이 북한을 겨울에 공격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북한의 겨울은 혹독하다. 이는 곧 북한 주민들의 삶도 겨울에 더 곤궁해진다는 이야기다.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미국 보수파 입장에서 북한 공습을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받는 겨울에 시작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습한다면 올 7월부터 10월 사이의 시점을 선택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7월 말이 가장 현실적인 공습시점으로 예측된다.

7월 말에 미국이 북한 공습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북한을 손 봐야 할 처지다. 북한이 난동을 부리도록 방치해두면 이란과 같은 또 다른 잠재적인 미국의 적들이 준동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은 북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북한 문제에 골몰하고 있는 미국을 비웃듯 세계 도처에서 테러가 터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든 단칼에 조속히 매듭지어야 할 판이다.

7월 말에 미국이 대북 공습에 나서면 우선 미국의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크루즈 미사일이 사용될 것이다. 크루즈 미사일이 북한의 주요 목표물들을 박살내고 난 뒤 북한이 반격 움직임을 보일 경우 즉각 미국의 2차 공습이 가해질 것이다. 역시 2차 공습에도 크루즈 미사일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는 북한이 핵이나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보일 경우 미국이 핵으로 선제공격하려 들 수 있다는 점이다. 초소형 핵무기라도 파괴력은 엄청나고 정치적 충격 역시 어마어마하므로 미국이 북한에 핵 공격을 가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세계를 덮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이 핵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지금,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북한은 압도적인 미국의 핵 전력 앞에 핵 보복에 나설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북한의 낌새가 이상하면 앞서 언급한대로 미국은 통째로 북한을 날려 버릴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대대적인 전면 공습을 여러 차례 벌이지 않는 한 계속 미국의 위협요인으로 남을 것이다. 미국이 크루즈미사일을 이용해 정밀공격을 한다 해도 엄청난 양을 갖고 있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나 미사일을 모두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일단 미국의 공격을 받고 난 이후의 북한은 이판사판이란 심정으로 대량살상무기를 국제 테러리스트들에게 내놓고 미사일 추가 생산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과 미국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북한과 미국이 전면전 벌인다면?

북한과 미국이 전면전으로 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크루즈미사일로 파괴해 버릴 가능성 역시 극히 희박하다. 하지만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일단 북한과 미국이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미국은 북한을 통째로 날려 버려야 한다. 북한이 만약에라도 미국 영토나 일본, 한국에 공격을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수십만, 수백만의 북한 동포들이 생명을 잃거나 중상을 입게 될 수 있다. 이는 한국 국민들에게 있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속이 시원할 일이다. 적을 확실히 제압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무서운 미국의 힘을 보고 난 뒤에는 미국의 잠재적 적들이 잠시 숨을 죽일 수 있다. 북한처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최대 안보위협 요인인 북한이 제거된다는 점은 일본에게 있어서도 기쁜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경제위협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쟁경기 호황 때문에 일본도 이득을 보게 된다. 무엇보다 북한의 피해복구 문제에 한국의 관심이 쏠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 일본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국력도 약해질 것이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서는 미국의 북한 공습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야 할 이유가 없다.

결국 이제 꼬일대로 꼬여버린 북한 문제는 우리의 몫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과 미국을 중재할 능력이 사실상 없는 처지다. 미국과 북한은 외나무다리에서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두 마리 염소와 같다. 이대로 가면 둘 중의 하나는 외나무다리에서 떨어진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