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① 중고차 시장의 성장통 진단] ‘레몬 마켓’ 오명 벗고 새 차보다 잘나간다

지난해 거래 건수 367만대···160만대 팔린 신차 훌쩍 넘어
“실속형 소비 늘어···유통 투명화·차 내구성 인기에 한 몫”

2017-03-21     김백선 기자
[매일일보 김백선 기자]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긴축소비 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신차보다 가격이 저렴한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레몬마켓(싸구려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으로 불려 온 중고차시장은 최근 몇 년 새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연간 중고차 거래규모 약 370만대, 약 20조원에 이르는 매머드급 시장으로 성장했다. 사회초년생부터 여성운전자, 초보·숙력 운전자까지 그 대상 또한 폭넓어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양적 팽창과 함께 질적 팽창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허위, 미끼매물은 물론 성능기록부, 주행거리 조작 등 다양한 문제가 사회적 후유증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매일일보>는 선진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 등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른바 ‘레몬 마켓(싸구려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이라고 불리던 중고차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장기간의 경기 침체 영향으로 소비의 트렌드가 실용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하면서 중고차판매 시장 또한 조금 더 현명하게 차량을 매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21일 업계에 따르면 2009년 신차 판매의 수준과 비슷했던 중고차 시장은 2010년 이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 중고차 거래 건수를 보면 2013년 338만대를 시작으로 2014년 347만대, 2015년 367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팔린 신차(160만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중고차 1대당 거래 단가는 평균 700만원이고, 연간 시장은 16조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2010년부터 제대로 된 중고차 거래를 집계하기 시작한 영향도 있다”면서도 “신차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는 반면, 가계 부채가 늘어 구매력이 낮아진 소비자들이 중고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중고차 시장의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먼저 완성차 업체의 신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중고차 매물이 증가했다. 공급 물량 증대는 곧 중고차 시장 활성화로 이어진다.올해 들어 아이오닉, 제네시스 G80, 신형 K7과 모하비 등 신차가 줄줄이 출시됐고, 올해 안에만 수 십대의 차량이 국내 시장 데뷔를 벼르고 있다.자동차의 성능이 향상되고 내구성이 강화되면서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선호도가 몰라보게 달라진 것도 큰 요인이다.실제 2003년 5년7개월이었던 신차 교체 주기가 2010년에는 7년4개월로 길어졌다. 중고 시장에 나와 주인이 바뀐 차는 다시 7년여 더 운행되다 평균 14년 만에 폐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중고차 유통 구조도 변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보배드림·오토인사이드 등 대형 온라인 중고차 정보 사이트가 늘어나면서 사전에 꼼꼼한 정보 탐색 기간을 거친 뒤, 사이트와 연계된 오프라인 매장 또는 개인에게서 구매할 수 있다.여기에 SK엔카나 현대글로비스, kt렌털, AJ렌터카 등 국내 대기업이 중고차 유통시장에 뛰어들면서 거래 시스템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특히 대기업이 운영하는 경매장에선 자동차의 정비이력이나 주행거리 등 모든 경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식 시스템으로 운영된다.이미 신차 대비 3~4배 규모로 성장한 유럽·미국 등 선진 중고차 시장 사례에 비춰보더라도 한국 시장의 성장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다만 중고차 시장은 아직까지 허위, 미끼매물은 물론 성능기록부, 주행거리 조작 등 다양한 문제가 노출돼 사회적 후유증을 낳고 있는 사례가 빈번하다. 양적 팽창에서 질적 팽창으로 가는 선진화 과정인 셈이다.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중고차 단지 내에서 소비자가 위협을 받는다든지 호객 행위가 많이 남아있는 것은 선진화된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낙후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