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영화 할인 중단.. 누구 책임인가

이통사 Vs 영화관, 할인 중단 “니탓 내탓”

2007-06-30     한종해 기자
[매일일보=한종해 기자]7월 1일은 우리나라 극장가에 상징적인 날이다. 바로 이날부터 스크린쿼터가 146일에서 73일로 절반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의 반발이 심할 듯하지만 정작 영화관을 찾을 관객들의 갑작스런 이동통신사 멤버십 할인 폐지, 축소에 더 분노한다. 지난 달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선 서울지역 극장주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크린쿼터 논쟁 속에서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는 극장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건 바로 이통사 멤버십카드 할인 문제 때문이다.

이날 이창무 서울시 극장협회 회장,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 등 극장주들은 “이통사가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기간이 끝난 7월 1일부터 멤버십 할인카드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우리 입장은 기존 2000원의 이통사 할인폭을 1000원 수중으로 줄이고 지난 1999년 도입 초기처럼 이통사가 1000원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통사 할인카드에는 더이상 비용을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7월 1일 스크린쿼터 축소 전까지 SK텔레콤, KTF, LG텔레톰 등 이동통신 3사와 수도권 극장들의 제휴 할인카드(멤버십카드) 할인폭은 평균 2000원 선. 이중 극장이 33~45%인 660~900원 가량을, 이동통신사는 55~67%인 1100~1340월 가량을 각각 부담하고 있다.

서울시 극장협회는 △이통사 할인카드 비용은 이통사가 전액 부담할 것 △이통사 할인카드 2000원을 1000원 수준으로 줄일 것 △대형극장 위주가 아니라 모든 중소 극장들도 이통사와 제휴 할인게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재계약 조건으로 내세웠다. 극장협회는 향후 이통3사와의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전국 극장연합회와 연대해 이통사 할인카드 문제에 대처하겠다고 밝혀 이 문제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서울시극장협회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메이저 3사 등의 위임을 받아 이통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끝내 협상이 결렬될 경우 서울지역 극장뿐 아니라 이들 메이저사의 전국 체인까지 영향이 불가피하다.

전체 관객 가운데 이통사 할인을 받는 관객은 30~40% 수준. 극장주들은 나머지 60~70%관객과 형평성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번 협상을 그동안 이통사 제휴 할인의 최대 수혜자였던 대기업 복합 상영관이 주도하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영화관들은 지난 2004년 관람료 7000원당 427원씩 붙던 문예 진흥기금이 없어진 뒤에도 요금을 내리지 않는가 하면, 대기업 복합 상영관들을 중심으로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주말요금을 8000원으로 사실상 인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제휴 할인의 취지와 타 업종과의 형평상 할인비용을 모두 낼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할인금액의 100%를 이통사가 부담하라는 서울 극장들의 주장은 제휴마케팅의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패밀리레스토랑, 베이커리 등 다른 제휴선과의 형평성에도 어극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이통사 멤버십카드 할인혜택으로 인한 관객 유치효과도 크다”며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극장측에도 득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통3사는 대신 중소 극장과의 개별 할인제휴 계약을 추진하고 영화이외의 다른 업종으로 할인혜택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지난 3월 2일 이창무 회장 등 극장주들은 문화관광부 장관, 여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크린쿼터가 줄어들더라고 기존 상영일수(146일)를 자율적으로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효성은 둘째 치고 극장주들이 사실상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를 받아들인 것으로 여겨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스크린쿼터 축소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우리 영화계에서, 당장 눈앞의 실익 찾기에 나선 극장계 원로들의 모습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관객들에게 영화관의 어려움을 호소하기에 앞서 과연 제값을 받을수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