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외이사 겸직 前법무장관·검찰총장, 무더기 적발

겸직허가 없이 활동…“허가 필요한 줄 몰랐다”

2017-03-22     이수빈 기자
[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 10여명이 현행법을 무시하고 대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다 무더기로 징계받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요기업이 3월 주주총회를 마친 현재 전직 법무장관, 검찰총장, 차장검사 등 전관 변호사 10여 명이 사외이사 겸직 허가를 규정한 변호사법을 위반한 정황이 포착됐다.변호사법 제38조 제2항은 변호사가 영리법인의 이사가 될 때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겸직신청 등 신고 없이 대기업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검찰총장 출신으로 대형로펌 소속 A 변호사는 자신이 총장 시절 수사를 지휘했던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를 2013년부터 맡고 있다. 그는 올해 주총에서 3년간 임기를 늘렸다.법무부 장관을 지낸 B 변호사도 CJ의 사외이사로 올해 재선임됐다.검찰총장을 지낸 C 변호사는 지난해 특혜대출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NH 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D 변호사도 지난해 기아자동차 이사회에 포함됐다.서울동부지검장 출신 E 변호사는 동부지검 관할 구역에서 제2롯데월드를 추진하던 롯데쇼핑의 신임 사외이사가 됐다.이들은 허가가 필요한 줄 몰랐다거나, 변호사법에 해당 규정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다.그러나 한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는 “법을 몰라서 그랬다고 하기엔 부끄럽지만, 겸직 허가 규정의 존재를 최근에야 알게 됐다. 시정 방안을 찾겠다”며 위반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서울변회는 전관 변호사들의 변호사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이달 중 이들을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서울변회 관계자는 “법조계의 전관예우 통로로 여겨진 기업 사외이사 활동에 칼을 대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