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끝나지 않은 부당해고 논란[2탄]
‘연봉제’,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
2010-05-14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흥국생명의 부당해고가 끝나지 않았음을 예고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과거 노조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부당해고가 이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평가점수에서 하위(D)평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흥국생명 현 직원은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부당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회사와 싸우고 있는 직원이 있다”며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회사와 협의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그에게 직무연동연봉제를 통해 연봉을 깎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원거리발령을 내 스스로 권고사직 하도록 계속해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매일일보>은 흥국생명의 끝나지 않은 부당해고 논란을 추적해봤다.
‘연봉제’ 도입으로 임금삭감 통한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 완성?
회사의 충성도 강요? 전 직원 노동통제와 이윤 극대화가 목적
흥국생명, 연봉제에 집작하는 이유?
흥국생명은 지난 2006년 3월 ‘역량성과급제’를 도입했다. 역량성과급제는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등급은 모두 5단계(S, A, B, C, D)로 나뉘었다. 당시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역량성과급제가 고용안정과 높은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고 초일류 종합금융회사로의 성공적 도약을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도입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해복투는 이것이 전 직원 비정규직화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를 무력화시킨 흥국생명은 사실상 어용노조를 만들어 ‘역량성과급제’에 합의시킨 다음, 전 직원을 퇴직 후 재입사하는 절차를 거쳐 임금삭감을 통한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를 완성했다는 것이다.흥국생명의 희한한 연봉체제
사실 현 직원이 털어놓은 흥국생명의 ‘연봉제’관련 논란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한 직원은 지난 1994년에 입사해 27여년을 일했는데, 직급은 여전히 과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차장급의 일을 하면서 급여는 과장급으로 받았다”며 “주변에서도 모두 그를 차장이라 불렀지만, 전상상 직급은 과장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직급은 수년째 그대로인데, 호칭만 승진을 한다는 얘기였다. 심지어 명함과 직함을 여러개 가지거나 겸직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러한 겸직은 흥국생명이 속해있는 태광그룹의 다른 계열사내에서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를테면 흥국생명에선 영업부장인데 본부장대행을 하고 또 흥국화재에선 본부장으로 일을 하는 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계열사들끼리 직원이동이 잦았는데, 계열사로 이동을 할 때마다 직원들을 사직시켰다가 다시 입사시키고, 그때마다 계약서를 다시 쓰게 해 계약직으로 돌렸다는 주장이다. 그는 “신규로 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계약직”이었다며 “퇴직금도 없애버렸으며 그나마 주던 위로금도 이제는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이에 흥국생명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연봉제가 곧 계약직”이라며 “명함이 여러 개라는 것도 연관부서가 있어서 그네들끼리 편리하게 하려는 것이지 겸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열사들끼리 이동이더라도 한 회사에서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이므로 절차상 그렇게 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계열사들끼리 직원이동이 잦지 않았다”고 주장했다.하지만 회사는 여전히 기밀이 많아 보였는데, 직원들은 아예 연봉문제에 대해 상의조차 할 수 없었으며, 자신의 연봉을 공개할 경우 징계 조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의 콜센터 직원은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연봉은 규정상 말을 해 드릴수가 없다”며 “연봉협상은 부장님과 개별적으로 3개월마다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연봉 공개로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연봉차이가 많이 나면 사기를 떨어트릴 수 있어 회사로선 그렇게 한 것”이라며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에서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다” 해명했다.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개별 연봉 약정이 직원이 회사에게 잘 보일 수밖에 없는 입장을 만든다”며 “연봉 협상에 있어서도 그야말로 빈익부 부익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게 만약 사실 이라면 연봉제의 원칙적 개념이 아닌 변칙조정으로 볼 수 있다”며 “회사의 충성도를 강요하는 변칙 연봉제는 근로자 입장으로썬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