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③ 중고차 시장의 성장통 진단] ‘판 커지는’ 중고차 시장에 ‘판 치는’ 불법

지난해 중고차 거래 367만대··관련 민원도 총 851건으로 증가세
허위매물, 성능기록, 주행거리 조작 등 매년 사회적 문제로 대두

2016-03-22     김백선 기자
[매일일보 김백선 기자] 경기침체로 얇아진 지갑 탓에 중고차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의 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으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허위매물은 물론 성능기록, 주행거리 조작 등은 매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대표적 부작용이다. 이 같은 악행을 뿌리 뽑으려면 중고차 시장에 선진형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47만건을 기록했던 중고차 거래 수가 지난해 367만건을 기록, 신차 거래의 2배를 넘어섰다. 국내 중고차 시장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오는 2020년 33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문제는 중고차 시장이 커지면서 덩달아 관련 민원까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접수한 ‘2013년~2014년’ 중고자동차 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는 총 843건이다.이중 중고차 성능 점검 내용과 실제 차량의 상태가 다른 경우가 651건(77.2%)으로 가장 많았다. 세부적으로 ‘성능 및 상태 불량’이 333건(39.5%)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사고정보 고지 미흡 180건(21.4%), 주행거리가 다른 경우 68건(8.1%), 연식 및 모델이 다른 경우 39건(4.6%), 침수차량임을 알리지 않은 경우가 31건(3.7%) 순이다.성능 및 상태 불량 유형(333건) 가운데는 오일 누유(91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진동 및 소음(65건), 시동 꺼짐(37건), 냉각수 누수(29건) 등의 순서다. 사고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180건에는 사고차량을 ‘무사고’로 속인 경우가 125건, 사고 부위를 축소한 경우가 55건으로 확인됐다.특히 인터넷 허위·미끼매물은 그 피해가 심각하다. 현재 네이버 등 대형 포털에서 ‘중고차’를 검색해 보면 상당수 사이트는 이런 수법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수십여 개의 중고차 매매사이트 대부분에 접속해보면 시세의 20%에 불과한 싼 값에 고급 차종들이 홈페이지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것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심지어 번호가 동일한 차량을 서로 다른 딜러들이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등록해 놓거나, 각 사이트마다 수십 명의 딜러들이 같은 차량을 광고 등록해 놓은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그러나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보니 일부 업체의 불법 행위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며, 유사한 수법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동일 유형의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이밖에도 일부 중고차 업체의 불법적인 노하우(?)는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심지어 허위 매물을 미끼로 손님을 유인해 차량에 태워 감금하거나 돈을 가로챈 매매업자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된 바도 있다.업계에선 이러한 불법 행위를 뿌리 뽑으려면 중고차 시장에 선진형 시스템 등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도 중고차 단지 내에서 소비자가 위협을 받는다든지 호객 행위가 많이 남아있는 것은 선진화된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낙후된 모습”이라며 “중고차 선진형 구조를 구현하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실행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한편,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1월 당정협의를 거쳐 중고차 매매 사기 대책을 내놨다. 3회 이상 불법거래 시나 ‘미끼매물’ 2회 적발 시 매매업체의 등록을 취소하는 등의 적극적 대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