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약품유통시스템' 실패.. 360억 혈세낭비

참여연대 '복지부, 시스템 구축 로비 의혹 밝혀라'

2006-06-30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지난 6월 20일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과 관련해 정부가 삼성SDS에게 360억을 배상하라는 서울고등법원의 조정결정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됐을 뿐 아니라, 의약품 유통개혁마저도 무산시킨 것으로 우선적으로 정책 입안과 집행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보건복지부가 해명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면서 "98년 의약품 유통개혁방안 발표 이후 정책의 무리한 추진 과정과 정책 방향이 변경된 이유, 삼성SDS로부터의 법적 대응 이후에 보인 안이한 대처 등은 '좋은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치밀하게 추진하지 못한 것'이라는 설명으로 단순히 지나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철저하게 조사돼야 하는 점들을 지적했는데, 먼저 "시스템 구축 비용과 향후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해야 할 수수료가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령이 정비되기도 전에 무리하게 협약을 체결한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가 그것이다.

즉 98년 9월 의약품 유통개혁 방안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이후 2000년 3월 삼성SDS와의 관련 협약이 맺어졌으나, 종합정보시스템 가동의 핵심이 되는 ‘요양급여약제비지급규칙’의 제정은 2001년 7월에야 이루어졌다.

때문에 "관련 법령 근거가 확정되기도 전에 무리하게 계약을 체결한 배경과 책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또 "의약품 유통개혁 방안과 종합정보시스템의 핵심인 직불제 강제적용 방침이 선택적 적용으로 바뀐 이유에 대해 명확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종합정보시스템은 보험자인 공단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제약회사에 약제급여비를 직접 지불하는 것을 전제로 구축된 것이나, 2001년 7월 제정된 요양급여약제비지급규칙에서 이를 임의규정화 함으로써 종합정보시스템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결국 배상 결정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며, 더 나아가 의약품 유통개혁마저도 무산시키게 됐다는 것.

당시 병원협회와 의사협회, 제약협회 등 관련 당사자가 직불제 방침에 반대했다고 하나, 이는 초기 정책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예견된 사항이었다고 참여연대는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또한 "국회의 관련 조항 삭제 과정과 삼성SDS의 문제제기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안이한 대처와 그러한 판단을 내린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직불제의 근거가 되는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제43조 제6항 및 제7항) 의원발의(한나라당 이원형 의원)가 이루어졌고, 상임위에서 일부 의원들이 관련 조항이 삭제되면 의약품 유통개혁과 종합정보시스템이 폐기될 것을 우려해 이를 지적했지만 당시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의규정화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발언, 결국 국회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되게 됐다" 며 "이는 복지부 스스로가 전산화를 통한 의약품 유통개혁 방안을 부정한 것이며, 종합정보시스템에 대한 복지부의 법적 책임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이러한 판단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할 것이다" 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의약품 유통과 종합정보시스템 구축과 관련하여 각종 로비가 만연했다는 소문이 이미 오래 전부터 떠돌고 있었다" 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대목들로 인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정책 담당자들이 그러한 로비에서 자유로웠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해명이 필요하다" 고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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