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명 사립대학 소유 부지 둘러싼 의문의 거래 [1탄]

마포 성미산을 뒤덮은 검은 그림자

2010-05-17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학 두 곳이 때아닌(?) 구설수에 휘말려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재단법인인 한양학원은 지난 2006년 8월경 법인 소유의 서울 마포구 성미산 일대 1만8천여평 부지를 중견 건설업체 두 곳에다가 410억여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한양학원으로부터 땅을 사들인 이들 건설업체들은 불과 석달만에 다시 홍익대학교 재단법인인 홍익학원에 580억여원에 팔아버리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이와 관련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매일일보>은 유명 사립대학 소유 부지를 둘러싼 의혹과 의문에 대해 총 3탄에 걸쳐 취재해봤다.

-싣는 순서-
1탄 - 마포 성미산을 뒤덮은 검은 그림자
2탄 - 건설사와 대학간 수상쩍은 거래
3탄 - 검찰의 칼끝, 누구를 향해 있나

서울 마포구 노른자 땅으로 각광받는 ‘성미산’ 일대 개발 여부 두고 각종 이권다툼 발생
검찰, 현 홍익대 소유 성미산 일대 부지 매매 과정서 대학과 건설사간 담합 의혹등 수사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성서초등학교 옆에는 성미산이 있다. 사실 산이라고 칭하기에는 다소 멋쩍다. 해발 66m, 면적 12만㎡(약 4만평)의 구릉지 정도의 나지막한 언덕에 불과하다. 하지만 덩치(?)에 비해 성미산은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과거 성미산 개발을 둘러싸고 각종 아귀다툼이 벌어졌을 정도다. 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말 많고 탈 많은 성미산

성미산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시점은 2001년경.  당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뜬금없이 성미산 맨 꼭대기에 배수지(수돗물 수압을 높이기 위한 물탱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와 동시에 성미산 남사면 일대 약 2만1485㎡(약 7000평)정도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었던 한양대학교 재단법인인 한양학원에서도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서면서 의구심을 자아냈다.

당시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배수지 계획이 한양학원의 아파트 건설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혹에서부터 이로 인한 서울시와 한양학원간의 모종의 뒷거래를 의심하기도 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당시 정권 실세의 개입설도 제기되기도 했다.<매일일보>은 지난 12일 성미산 인근 주민 이모(50대 후반 추정, 부동산중개인)씨에게서 그 당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씨는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략 9년 전쯤에 서울시가 성미산 꼭대기에 배수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한 직후, 바로 한양대재단이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서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 주민들은 성미산 생태보존을 위해 강경하게 반대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서울시 배수지 발표가 있은 후에 한양대가 아파트를 짓겠다고 해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그 당시 (내가)듣기로는 무슨 건설사가 한양대 소유의 성미산 일대 부지를 매수해 아파트를 짓기로 한 것으로 전해 들었는데, 주민들의 반발때문인지 홍익대에 부지를 팔아버렸다”고 말했다.

이 주민의 말을 토대로 <매일일보>이 확인한 결과 한양학원은 지난 2006년 8월경 중견 건설사 업체 두 곳에 매각했고, 다시 이들 건설사들은 홍익대학교 재단법인인 홍익학원에 되판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대?홍익대, 성미산 개발 속내

그런데 이 이후에도 성미산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홍익학원이 이들 건설사들로부터 성미산 일대 부지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각종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홍익학원은 성미산 남산면 일대에 부속 홍익여중고등학교와 초등학교를 이전하겠다며 이 일대 부지를 매입했는데, 당시 홍익학원이 이전 계획 부지로 매입한 땅은 마포구 성산동 산11-31(임야)과 산11-60(임야)번지였다. 이 이외에도 성산동 242-2(대지), 242-3(대지)번지등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익학원이 부속 초중고를 이전하려는 이유는 현재 사용하는 초중고가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었는데, 실상을 알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먼저 일각에서는 당시 국내 대학 중 적립금이 많기로 유명한 홍익학원이 학생들의 연구기금이나,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학기금 및 등록금 경감 지원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건축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홍익대는 지난 2007년도 적립금 790억원 중에서 99.18%인 783억6000만원이 건축적립금으로 사용되었는데 반해, 장학 기금 적립금은 불과 1900만원에 불과했다. 또, 홍익대는 매년 6%~8%의 등록금 인상률을 보였는데, 이 인상된 등록금을 재단법인 홍익학원 소유의 초중고등학교 건축 설계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과 초중고 신축공사 관리비로 대학 등록금 13억여원이 배정됐다는 내용이 추가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또, 홍익학원이 초중고 이전 계획 부지로 공식 발표한 것 외에도 성미산 일대 242-2,3번지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 부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사용 계획을 밝히지 않아 뒷말을 낳았다.당시 일각에서는 ‘홍문관’을 연결시켜 홍익학원이 성미산 일대 나머지를 부지를 홍문관처럼 상업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홍문관은 홍익대 정문에 위치한 건물로서 무려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건립됐다. 더욱이 이 건물은 명백히 대학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홍익대의 부족한 교육 공간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기업체 사무실, 치과, 제과점, 커피전문점 등 상업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당시 일각의 이같은 추측대로 지난 2008년 홍익학원은 성산동 242-2번지를 중심으로 한 부분을 학교 부지에 포함시키지 않고, 이곳에 예술문화센터(상업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익학원이 당초 부속 초중고등학교의 협소함을 해결하기 위해 성미산 일대로 이전계획했다기 보다, 개발 가능성이 풍부한 성미산 일대에 상업시설을 건립해 재단의 재정을 늘리려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욱이 홍익학원은 당시 초중고등학교 이전 계획을 세우고 성미산 일대로 옮기기려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재단 소속 초중고학생들에게 학교 이전 찬성 서명을 강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검찰 수사 소식에 반응은 제각각

이런 탓에 아직까지 '문제의 부지'는 삽조차 뜨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검찰이 한양학원을 비롯한 2006년 당시 한양학원으로부터 부지를 인수한 건설사, 그리고 건설사들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홍익학원등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중희 부장검사)는 지난달 말 한양학원으로부터 서울 마포구 성산동 산11-31일대 부지를 매입한 후 홍익학원에 되판 건설사 두 곳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지자 한양학원은 곧바로 ‘해명서’까지 냈다. 한양학원에 따르면 2006년11월28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일대 1만8천여평 부지를 (주)한웅상사와 (주)세아주택에 매각했는데, 부지를 매각하게 된 사유는 당초 해당 부지가 도시계획상 대부분 공원용지로 지정돼 있어 법인 자체 개발 및 이용이 불가한 무수익자산이라서 매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양학원이 한웅상사와 세아주택에 매각한 부지는 총 13필지(1만8천여평)로 임야 8필지(1만6천여평), 대지 5필지(2천여평)이다. 하지만 한웅상사와 세아주택은 한양학원으로부터 부지를 매수한 후 이를 다시 홍익학원에 팔았는데, 한양학원에게는 410억원에 매입한 후 홍익학원에 580억여원에 되팔아 무려160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성산동 산 11-31번지 등기부등본을 보면 한양학원이 한웅상사등과 최초 매매 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2006년8월18일, 최종 계약일은 한양학원이 해명서에서 밝힌 것과 같이 2006년11월28일로 나타나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2006년 11월28일 한양학원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날에 한웅상사등은 홍익학원에 이날 되팔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들 대학과 건설사간의 뒷거래가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홍익학원과 이들 건설사간 담합의혹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물론 한양학원 또한 건설사에 매각할 당시 한국감정원으로부터 평가를 받아 교육인적자원부의 허가를 득하여 처분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당시 평가 금액보다 실제로는 높게 거래되고 있으면서도 부지를 낮게 평가해 매각했고, 나머지 차액부분을 건설사와 나눠가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양학원 법인사무국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의 수사 소식은 전해들어서 알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것과 다르게 한양학원은 오히려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웅상사와 세아주택이 우리에게 410억원에 산 후에 불과 몇 달만에 다시 홍익학원에 580억원에 되팔아 160억여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겼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듣고는 법적 소송도 고려했으나, 미등기 전매도 아닐뿐더러 매매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부분이 없어 속상은 했었지만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며 “때문에 이번 사건은 건설사와 홍익학원간의 담합이지 우리와는 전혀 무관하며 이번 (검찰의 수사)계기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건설사등에 대해선 마땅한 응징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홍익학원은 <매일일보>의 수차례 취재요청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