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몰락’과 함께 텅텅 빈 신촌 민자역사

전체 6층 중 영화관 2층 제외, 전층 텅 비어 ‘폐점상태’
신촌 민자역사·밀리오레 사업자 성창F&D 소송전까지 ‘점입가경’

2016-03-27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야심차게 기획한 신촌 민자역사 사업이 상권의 몰락과 함께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문을 연 신촌 민자역사는 무모한 민자역사 개발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IMF 시기인 지난 1998년 동대문 일대에 문을 연 대형 의류 패션 쇼핑몰인 ‘밀리오레’의 성장은 눈부셨다. 밀리오레 사업자인 성창F&D는 동대문 밀레오레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1년 명동, 부산, 대구, 수원, 광주에 연이어 밀리오레 분점을 개관했다.

전국적인 밀리오레 체인망을 완성한 성창F&D는 2004년 신촌 민자역사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임대사업자로 선정됐다. 경의중앙선 신촌역의 개통과 함께 민자로 개발되는 신촌역사에 대형 쇼핑몰인 밀리오레 신촌점을 지어 신촌 상권과 이대 상권을 이끌어나가겠다는 복안이었다.

성창F&D는 신촌 민자역사에 1200억원을 들여 신촌 밀리오레 건물의 공사에 착공했고 2년 후인 2006년 신축을 완료했다. 동시에 건물에 입점할 각 점포의 상가 분양사업에도 나섰다.

신촌 민자역사는 신촌로터리-신촌 명물거리-이대 상권의 정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신촌 상권과 이대 상권을 하나로 묶는 입지에 들어서는 대형 쇼핑몰인 신촌 밀리오레는 양 상권의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고, 경의선 신촌역 개통효과에 따른 유동 인구도 확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신촌 민자역사는 1~6층 건물 중 1~4층을 밀리오레 사업자인 성창F&D에 임대했고, 5~6층은 영화관 체인점인 ‘메가박스’에 임대해 지난 2006년 9월 문을 열였다.

그러나 신촌 민자역사 밀리오레는 오픈 당시 점포 입점률이 30%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한 상태로 영업을 시작했다. 개관 3년만인 2009년엔 공실률이 80%를 돌파한 데 이어 개관 후 6년이 지난 2012년부터는 입점 점포가 아예 ‘단 한 곳도 없는’ 사실상의 폐점 상태를 맞았다.

현재 신촌 민자역사 건물은 전체 6층 중 5~6층에 입점한 메가박스 영화관만 정상 영업 중이며 1~4층의 밀리오레는 모든 불이 꺼져있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도 가동을 멈춘 상태다.

신촌·이대 상권의 중심 입지 조건에 보세 의류가 주를 이루는 이 일대 상권에 맞는 특성화도 꾀한 신촌 민자역사 개발사업의 실패요인은 무엇일까.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신촌 민자역사가 위치한 신촌·이대 상권 자체의 몰락과 밀리오레 사업자인 성창F&D의 무리한 민자개발이 화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선 대표는 “동대문 밀리오레의 성공 신화를 이룩한 성창F&D가 신촌·이대 상권의 시류를 잘못 읽고, 무리한 사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대문 밀리오레는 주로 야간·새벽 시간대 영업을 통해 주변 동대문 도매 의류 시장의 유동 인구를 대형 쇼핑몰에 끌여들어 성공 할 수 있었다”며 “신촌 민자역사가 위치한 이대·신촌 상권은 밀리오레의 야간 도매 의류 시장과 전혀 맞지 않는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촌 민자역사 근처의 이대 상권은 밤 9시만 넘어서도 유동 인구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밤 10시면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닫는다. 여대 상권의 특성상 대부분의 거주·유동 인구가 저녁 일찍부터 빠른 귀가를 서두르는 탓이다.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에 보세 의류를 도매로 떼 와 장사를 하던 밀리오레 개인 사업자들 입장에서 저녁 일찌감찌 손님이 끊기는 이대·신촌 상권은 애초부터 포커싱이 잘못됐다는 분석이다.

선종필 대표는 “성창F&D가 신촌 밀리오레 점포 분양 당시 경의선 신촌역이 복선 전철화 돼고 인천고속철도가 신촌역을 경유해 하루에 5~10분꼴로 열차가 288회나 지나간다며 홍보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의선 수송 인구 대부분은 용산역에서 상하차가 이뤄진다. 신촌역에서 그나마 가까운 서울역 방향 선로는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인원 수송이 이뤄진다. 경의선 신촌역을 하루에 열차가 288회 지나간다는 홍보마저 실상을 따져보면, 이 중 286회가 사람이 ‘타지 않는’ 회송열차가 지나가며, 실제 사람을 태운 열차가 지나가는 횟수는 하루 두 번 뿐이다.

성창F&D가 분양 당시 약속한 신촌역의 복선전철화나 인천고속철도의 노선 경유 또한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촌 밀리오레에 입점한 개인 사업자들은 성창F&D의 사기 분양 광고에 속았다며 성창F&D를 상대로 분양금 반환 소송을 걸었다.

대법원도 “성창F&D가 과장·허위 광고를 한 사실이 있다”며 지난 2012년 임차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성창F&D는 임차인들에게 총 900억원이 넘는 분양금을 물어줘야 하지만 이마저도 언제 분양금이 반환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성창F&D가 무리하게 전국적으로 밀리오레를 확장하다가 연이어 사업에 실패하면서 2007년 대구 밀리오레, 2008년 수원 밀리오레, 2011년 광주 밀리오레, 2015년 부산 밀리오레 등을 연달아 이랜드에 처분할 정도로 경영난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건물 1~4층의 30년간 임대를 조건으로 명의를 내준 신촌 민자역사가 성창F&D를 상대로 건물 명도소송까지 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신촌 민자역사 건물에서 유일하게 정상 영업을 하는 5~6층 메가박스 영화관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는 “이 건물은 법원으로부터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고 명도소송이 진행 중인 건물”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선 대표는 “신촌·이대 상권 자체가 이미 분양 당시인 2006년부터 쇠락하던 상권인데다가 인터넷 쇼핑·SPA 브랜드의 범람 등으로 ‘밀리오레’ 같은 분양형 의류 쇼핑몰은 애초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리하게 민자역사 개발 사업에 끌여들었으니 실패는 사실상 예견돼 있던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대 상권은 지난 2008년 이화여대 내 대형 지하 캠퍼스인 ‘ECC’ 개관으로 이대 상권의 주 이용객인 이대생들이 이대 캠퍼스에서 모든 소비생활이 가능해지자 크게 쪼그라들었다.

신촌 상권도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인근 홍대 상권의 급격한 성장으로 소비 인구를 빼앗겨 침체 중이었다.

여기에 신촌 지역의 큰 축을 이루는 연세대가 2011년 인천 송도 캠퍼스를 개교하고, 2014년부터 연세대 1학년 신입생 전원이 인천 송도 캠퍼스 기숙사에 의무적으로 수용됨으로써 크게 몰락한 상태다.

선종필 대표는 “인근 상권의 몰락, 시행사의 무리한 사업 확장, 시류에 뒤떨어진 잘못된 투자까지 모든 악재가 겹친 민자역사 개발 사업의 대표적 실패 사례가 신촌 민자역사”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