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뇌관’이라던 가계부채, 신용등급은 되레 ‘쑥쑥’
저금리·부동산 회복세 영향…연체 줄어 대출 ‘질’은 개선돼
2017-03-28 이수빈 기자
[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개인 신용 등급은 최근 3년 새 꾸준히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금리가 떨어지면서 부채의 절대적인 규모는 커졌지만 신용 등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또 바꿔드림론과 같은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금융상품의 등장도 신용등급 개선에 좋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바꿔드림론은 신용도와 소득이 낮은 서민이 대부업체나 캐피탈사 등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을 캠코 보증을 받아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로 갈아타게 해주는 서민금융 지원제도다.28일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국내 신용등급이 있는 4327만명의 신용등급 분포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국민의 47.6%는 신용등급이 1~3등급인 상위등급을 기록했다. 상위 3등급까지의 비중은 2012년에는 43.1%로, 최근 3년간 4.5%포인트 올라갔다.중간등급인 4~7등급은 작년에 46%를 기록, 3년 전과 비교해 2.7%포인트 줄었고, 8~10등급은 6.4%로 1.8%포인트 감소했다.개별 등급별로 보면 3등급이 전체의 18.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4등급(17.9%)과 2등급(15.2%)이 뒤를 이었다.최근 3년간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올라간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다.3년 전 연 2.75%이던 기준금리는 2015년 6월까지 1.5%로 1.25%포인트 내려갔다.이 사이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78%에서 2013년 말 0.63%, 2014년 말 0.49%, 2015년 말 0.33%로 꾸준히 하락했다.저축은행의 연체율도 2012년 말에는 21.97%에 달했지만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는 11.56%까지 떨어졌고, 연체금액도 같은 기간 7조5763억원에서 3조7297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신용카드사의 연체채권비율(1개월 이상, 대환대출 포함)도 2012년 말 1.85%였지만 지난해 6월 기준으로는 1.57%로 0.26%포인트 떨어졌다.2금융권 이하의 금융기관에서 받던 대출이 시중은행으로 옮겨간 것도 신용등급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금융규제 완화조치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올라가면서 한도 부족으로 어쩔수 없이 2금융권에서 받았던 대출을 시중 은행으로 돌릴 수 있게 된 것도 소비자들의 신용등급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이 밖에도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던 주택소유자들이 지난 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집을 팔아 대출을 상환할 수 있었던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거래량은 전년보다 18.8% 증가하며 120만건에 달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신용 평가 방법은 신용정보업체마다 다르지만 기준은 대부분 비슷하다.KCB의 경우 신용등급을 매길 때 신용거래의 종류와 행태를 평가하는 신용거래형태(32%)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이어 연체 정보 등을 담은 상환 이력(28%), 현재 보유 중인 부채 수준(26%), 신용 거래 기간(14%) 순으로 비중을 두어 평가한다.신용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용거래형태는 신용거래를 얼마나 적절히 이용하는지를 보는 정보다.예를 들어 같은 부채 규모라고 해도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처럼 제2금융권에서 빌렸을 경우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상환능력 대비 부채가 과도해질 수 있어 신용 평점에 부정적이다.이 다음으로는 연체 정보가 중요하다. 연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연체가 생기면 빨리 상환해야 한다.연체정보는 5영업일 이상이면서 10만원 이상이면 바로 신용 평점에 부정적으로 반영된다. 또 단기간 연체 후 즉시 상환해도 여러 번 반복되면 신용 평점이 떨어질 수 있다.연체한 빚을 갚았어도 신용 평점은 즉시 회복되지 않는다. 특히 장기연체는 채무상환 후에도 연체한 기간보다 더 오래 남는다.반면 소득이 높거나 세금이나 통신요금, 공공요금을 성실히 납부할 경우, 신용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도 신용 평점에 긍정적이다.개인 신용 등급에서 가장 취약한 연령은 역시 금융 거래 정보가 부족한 20대다. 개인 신용 등급을 매길 때 신용 거래 기간이 중요한데 이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특히 20대의 절반가량인 42.5%는 금융 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신용 등급을 받은 씬 파일러(thin filer)였다.금융 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씬 파일러는 처음에는 4~5등급의 중간 수준 등급을 부여받는다.중요한 것은 취약한 신용등급을 가진 20대의 대부분이 신용등급에 무관심하다는 점이다.KCB가 대학생 5천8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5.1%는 본인의 신용등급을 몰랐다.또 신용등급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25.8%가 ‘보통’ 또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이런 상황에서는 20대 채무자 비율이 증가하고, 금융 민원이 늘 수밖에 없다.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대 개인워크아웃 신청 건수는 지난해 8023건으로 전년(6671건)보다 20% 이상 늘었다.30대(4.8%)와 40대(5.6%), 50대(10.6%)의 증가율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대 금융 민원 접수 건수도 지난해 6103건으로 전년 대비 6% 이상 늘어났다.손승호 KCB 차장은 “신용등급을 쌓는 것은 신용 체력을 쌓는 것”이라며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만들 듯 꾸준히 관심을 두고 금융거래를 쌓아야 한두 번의 실수가 있더라도 신용 등급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