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건설사 주총 마무리···어떤 점이 달라졌나
주총 개최 6개 상장 건설사 수장, 대림산업 제외 전원 유임 성공
경영 실적 호조 속 ‘안정’ 택해···사외이사진 법조·세무 고위 인사 대거 선임
2017-03-28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10대 건설사 중 주식시장에 상장된 6개 건설사의 주주총회가 모두 마무리됐다.당초 이번 주총에서 상당수 건설사들의 수장이 교체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했다. 건설업계의 불황 속에 주요 건설사 CEO들이 이달 중 임기 만료를 앞둔 곳들이 많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정기 주총 결과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기존 CEO의 유임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같은 현상은 ‘전쟁 중에는 장수와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격언으로 설명될 수 있을 듯하다. 한치 앞을 가늠키 어려운 국내외 건설업 업황 속에서 새로운 수장을 선택해 모험에 나서기 보다는 잘 아는 수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이다.올해 주요 건설사 주총의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건설업계 수위업체인 삼성물산과 업계 종가인 현대건설이다.삼성물산은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올해 삼성물산 주총의 안건을 통한 주요 변경 사항은 이사회 의장의 정관 변경이다.그 동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가 맡도록 돼 있었는데 이번 주총에서 정관을 고쳐 ‘이사회의 의장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사 중에서 선임한다’로 개정한 것이다.이는 투명한 이사회 운영을 통해 이사회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이번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로 한정하지 않음으로써 이사회 운영의 위헌성을 개선하고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 밖에도 삼성물산은 1주당 배당금을 보통주 500원, 우선주 550원으로 의결했고 이사회의 보수한도는 지난해와 같은 260억원으로 승인했다.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도 지난 11일 서울 계동 현대건설 본사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가졌다. 현대건설은 이번 주총을 통해 박성득 사외이사를 재선임 하는 한편, 국세청 국장 출신의 김영기 세무법인 티엔피 대표이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재선임 된 박성득 이사는 서울지검 부장검사와 감사원 감사위원의 이력을 거친 검찰통이자 감사통이다. 박 이사는 검찰과 감사원이라는 양대 국가 권력 기관을 상대로 현대건설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으로 예상된다.새로 선임된 김영기 이사는 오랜 국세청에서의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세무조사 등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GS건설은 지난 18일 서울 청진동 GS건설 본사 그랑서울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임병용 현 사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임병용 사장의 임기는 지난 22일까지였다. 실적을 바탕으로 양호한 경영 성적표 받아든 임 사장은 임기 만료를 4일 앞두고 열린 정기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다.2013년 대규모 어닝쇼크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수장 자리에 오른 임 사장은 지난해 GS건설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10조원 돌파를 달성했고,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도 100% 승률을 달성하는 등 위기에 빠졌던 GS건설을 다시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GS건설은 이번 주총에서 국토해양부 장관을 지낸 권도엽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건설업계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관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지난 25일 서울 신문로 대우건설 사옥에서 열린 대우건설 정기 주총에서는 28일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정선태 사외이사의 재선임 의결이 안건에 올라왔으나 정 이사가 스스로 주총장에서 이사직 유임을 고사하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공시에 따르면 ‘정 이사는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사임했고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선태 이사는 서울고검 검사와 법제처장 출신의 검찰·법조통으로 현재 법무법인 양헌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갑작스러운 정 이사의 재선임 고사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로펌 대표인 정 이사가 사외이사 활동에 부담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이달 주총을 개최한 상장 6대 건설사 중 대림산업만이 유일하게 수장을 교체했다. 지난 25일 서울 수송동 대림산업 본사에서 열린 대림산업 주총에선 김동수·이철균 전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김한기 사장과 강영국 부사장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또한 이날 대림산업 주총에서는 최근 운전기사 폭행·폭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수장 교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그간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동수 전임 사장이 스스로 오래전부터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혀왔다"면서 "그것이 마침 이번 주총 때 의결된 것 뿐이다”고 입장을 밝혔다.한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5일 서울 용산 현대산업개발 본사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김재식 사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지난 22일 임기가 만료된 김재식 사장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인 4조6026억원을 달성하는 등 양호한 경영 실적을 거둬 연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