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 FTA 인터뷰 조작 파문
FTA 찬성 대학생 인터뷰 '이름만 빌려 날조?'
2007-07-07 이재필 기자
국정브리핑은 지난달 1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대학생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인터뷰하지 않은 내용을 마치 한 것처럼 꾸며 거짓으로 작성됐다. 인터뷰를 하지 않은 연세대 학생들의 이름이 무작위로 게재되어 있었던 것.
이 사실을 안 연세대생들이 홍보처 담당자에게 항의했고 이후 국정 브리핑은 같은 내용을 지방대 학생의 이름으로 고쳐 계속해서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거짓 기사가 밝혀지자 거센 비판이 국정브리핑을 몰아쳤고 급기야 지난달 30일 사과문을 머리기사로 사이트에 올렸다. 사과문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은 일부의 학생이 포함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직무윤리를 어기고 기획물을 서비스한 점에 대해 거듭 사과 한다’면서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정확한 언론을 이끌어야 할 국정브리핑이 이 사건을 사과문 하나로 무마하려해 여야를 비롯한 언론사, 시민단체들은 국정홍보처를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국정홍보처장 자진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지난 1일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국정브리핑의 기사 조작에 대해 “너무도 어처구니없고 기막힌 일”이라며 “최고의 국정홍보 매체가 국민에게 사기극을 벌이고 기사내용을 날조했다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국민을 속이는 국정브리핑은 존재가치를 상실했다”며 “국정브리핑을 즉각 폐지하는 것이 국민혈세 낭비를 줄이는 길”이라고 전했다.
이 부대변인은 “최우선해야 할 것은 국민을 우습게 알고 국민을 속여 온 국정홍보처장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면서 “국정홍보처장은 지체 없이 자진사퇴해야 하고 감사원은 이 문제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 관련자 전원을 공직에서 추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역시 4일 밤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작 사건으로 인해 “참여정부의 가장 큰 강점인 도덕성과 진정성이 훼손될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김 전 대변인은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잘못되었다면 바로잡을 수 있는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토대로 현 정권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민주당의 김정현 부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국민은 이 정권이 무책임, 무능력하다는 것을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심판했다”며 “국민들은 선거 패배 후 이렇다 할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정권이 총체적으로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 뜻을 살펴 정말 잘해나가겠다는 진심어린 태도 없이 사고가 터지자 슬그머니 장관 몇 명을 어물쩍 바꿔 책임을 피해가려는 태도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이 같은 미봉책으로 민심을 호도하려 하니 국정브리핑 같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벌이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라면서 “전면적으로 책임지고 진작에 내각이 총사퇴했어야 할 일”이라고 현 정부를 강력 비판했다.
이처럼 안팎으로 국정홍보처를 비롯해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정홍보처의 적반하장 반응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4일 MBC <PD 수첩>의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 한미 FTA’ 편이 방영됐다. 이에 방송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국정홍보처장은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수많은 출입기자들 앞에서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운운하며 프로그램을 비난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지난 4일 비공식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그날 방영 예정인 MBC PD수첩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라며 “제작자의 정치적 관점을 과도하게 반영했으며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시스템에 근본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익차원에서 보도는 안 해도 최소한 공공성은 담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정도면 횡포에 가까운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에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한미 FTA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재대로 전달하기 보다는 왜곡된 사실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 국정홍보처의 현 주소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라며 “이런 자신의 행태를 반성하기는커녕 되려 PD 수첩 제작진을 비난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어 “왜곡기사로 물의를 빚고도 되려 진실을 알리기 위한 방송 제작진들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hwon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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