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허리 조이는 ‘방과 후 학교’
5시간 수업료 10만원, ‘황제 보충수업’ 전락
2006-07-09 한종해 기자
우선 비싼 수업료다. 경기 고양시의 박미진씨는 중학생 아이의 원어민 강사 2시간 교육을 포함한 5시간의 수업에 10만원을 내고 있다. 당초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격차 해소 등 사교육 수요의 학교 내 흡수라는 설립 취지와 정반대로 너무나 비싸다.
아이가 다니던 학원에서 원어민 강사 수업이 주 2.5시간에 수강료는 11만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임차료 등을 내지 않는 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 10만원이라면 학원에 비해 적잖게 비싸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돈을 내고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또 하나는 일부 학교들이 이른바 황제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는 학생 희망에 따라 무학년 수준별 선택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즉, 학년에 상관없이 자신의 성적에 맞는 수업을 골라 듣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실태에 대해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무학년 수준별 선택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성적에 따른 반 편성과 우수 학생들을 위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고교뿐만 아니라 중학교 과정에서도 특수반 형태의 ‘황제 보충수업’이 이뤄지는 학교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지역 중학교에서는 이 제도가 보충수업으로 전락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1주일간 이 제도의 시범학교 등 대전지역 20여개 초, 중학교를 대상으로 운영 실태를 표본 조사한 결과, 일부 중학교에서 문제풀이 교과 보충수업을 전면 부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전교조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전ㄱ중학교는 부장회의를 총해 기존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하고 국어, 영어, 수학, 사회 등 입시교과 위주의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 3학년의 경우 반강제적으로 문제풀이 식 보충수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대상학교에 선정된 ㄴ중학교도 지난해부터 교육부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5개 과목에 걸쳐 ‘학력증진반’을 운영하는 등 당초 취지와는 달리 파행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관계자는 “10여 년 전 입시경쟁 과열의 부작용 때문에 전면 금지된 문제풀이 교과보충수업이 전면 부활되고 성적우수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반까지 버젓이 운영되는 등 특기신장, 예술, 문화체험이란 본 취지를 벗어나 학교를 학원화하는 방향으로 방과 후 학교가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초등학교도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 교사 및 학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교장에 의해 사실상 반강제로 추진되고 있으며, 교육청까지 나서 실적을 강요하는 등 파행운영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청이 방과 후 학교 참여율을 올해 40%선까지 끌어올리라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시달하고 실적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상당수 교사들도 학교장의 압력에 못 이겨 본인이 희망하기 않음에도 불구하고 방과 후 지도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방과 후 학교에 외부강사가 참여할 수 있게 되자 학교 주변의 중, 소 학원마다 강사 파견이 학생 유치 등에 유리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수원 A중학교의 경우 외부강사 선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B보습학원은 물론 입시관련 학원과 예체능학원까지 6~7곳의 학원이 나서 학교관계자와 운영위원을 상대로 강좌참여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강사비 및 강사료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사활을 건 로비전에 들어갔다.
평촌 C중학교도 방과 후 학교에 예체능계열 학원 강사가 참여하자 경쟁학원들이 학교장 ‘로비설’을 제기해 논란을 빚는 등 부천과 용인 등 아파트지역을 중심으로 학원들의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천에서 D수학학원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42)은 “방과 후 학교의 참여가 학원입장에서는 생사를 가늠할 수 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릴 수가 없는 형평”이라며 “금품제공 등의 루머도 학원들의 과열경쟁에 따른 흠집 내기로 이용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수원의 A중학교 교장은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강사를 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데려올 수 있는 외부강사는 학원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며 “학교가 루머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는 참여강사의 외부강의 금지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jhhan10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