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으로 쌓아둔 돈 늘었다…가계 여윳돈 99조

작년 가계 순저축률, 15년만에 최고

2017-03-31     이수빈 기자
[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저축, 연금 등에 쌓아둔 여윳돈이 10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불투명한 경기 전망과 노후 불안으로 소비 성향이 위축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실제로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가계의 소비성향은 71.9%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15년 중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9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조7000억원 늘었다.잉여자금은 가계가 예금,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자금조달)을 제외한 것이다.비영리단체는 소비자단체, 자선·구호단체, 노동조합, 종교단체 등을 가리킨다.잉여자금은 2010년 53조9000억원에서 2011년 65조8000억원, 2012년 72조4000억원, 2013년 89조6000억원, 2014년 93조5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반면 가계는 저축에 힘쓴 것으로 나타났다.한은 국민계정 통계에서 가계의 순저축률은 7.7%로 2000년(8.4%)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과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일자리 불안 등으로 가계의 소비 성향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지난해 가계가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은 127조6000억원으로 2014년(78조3000억원)보다 63.0%(49억3000억원) 급증했다.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50%까지 떨어지면서 돈을 빌리기 쉬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특히 만기가 1년을 넘는 장기차입금 규모는 2014년 55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11조4000억원으로 두배 수준으로 커졌다.또 지난해 가계가 금융기관 등을 통해 굴린 자금은 226조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섰다.특히 현금 및 예금이 106조7000억원으로 규모가 매우 컸다.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현금성 자산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주식 및 펀드투자는 2014년에는 마이너스(3조5000억원 감소)를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16조8000억원 늘었다.지난해 금융회사를 제외한 국내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107조1000억원으로 2014년(126조8000억원)보다 19조7000억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