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 납품업체 상대 얌체짓 '딱 걸렸어'

공정위 업계 최대 14억 과징금 부과... 아직 남은 문제 있어

2007-07-09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이랜드에 회사를 매각하고 한국 시장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까르푸가 납품업체에 구매가격 할인을 강요해 온 것이 드러나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구매대금을 부당하게 깎고 납품업체에 재고를 떠넘긴 혐의 등으로 까르푸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3억8천90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공정위가 단일 유통업체에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까르푸는 "공정위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면서도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진 일을 까르푸만의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 며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까르푸 노조 측은 공정위가 발표한 문제 외에 추가적인 부분까지 지적하고 나섰다.

까르푸 노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짜납품에 관한 것"이라며 "공정위는 이미 조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번 발표에서 공짜납품 건은 제외시켰" 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모 방송에 의해 까르푸가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공짜로 납품 받은 물건을 팔아 큰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노조는 "이랜드와 까르푸의 기업결함심사를 염두에 두고 공정위가 의도적으로 공짜 납품 건은 덮은 것이 아니냐" 는 의혹을 제기했다.

<b>까르푸 노조 '공정위, 기업결함심사 의식해 공짜 납품 축소'
공정위 '조사 완료, 위법 정도, 과징금 규모 등 검토하고 있어'</b>

공정위에 따르면 까르푸는 구매력을 앞세워 납품업체에 '구매가격 할인 합의서' 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17억3천700만원의 구매대금을 부당하게 깎았다.

구매가격할인이란 계약 기간 중 임의로 일정기간(통상 1개월)을 정해 그 기간동안 일정금액 이상 구매시 정해진 금액을 추가로 할인 받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까르푸는 이를 과거 실적에 대해 소급공제하고 약정조건과 무관하게 공제하는 등 납품 대금을 깍기 위해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까르푸는 또 거래계약서를 거래개시일로부터 4~9개월 정도 늦춰 체결하는 등 서류도 없이 물품을 넘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납품업자들에게 별도로 주문한 200만원 어치의 제품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시키는 등 횡포를 부려왔다.

공정위 장덕진 가맹유통팀장은 "구매 가격 할인은 실질적으로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할 돈을 까르푸가 가져간 것" 이라며 "조사 과정 상 납품업체들의 구두 신고를 통해 많은 증거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른 할인점들과는 다르게 업체들의 신고가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까르푸 측의 불공정 행위가 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까르푸를 비롯 이마트, 롯데마트, 하나로 클럽 등 4개 할인점을 직권 조사한 결과 까르푸에서만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면서 "이랜드의 인수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과징금 납부주체는 까르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까르푸 홍보를 맡고 있는 임진택 차장은 "업계의 관행에 대해 까르푸의 경우만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며 억울하다는 반응이지만 "그러나 일단 공정위 결정은 인정한다" 고 말했다.

이어 임 차장은 "다만 과징금 약 14억원 가운데 일부 공정하게 거래된 부분에 대해서도 벌금을 물린 것이 있나 법무팀과 상의 중"이라며 "해석이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어 검토에 들어갔다" 고 덧붙였다.

<b>까르푸 노조 '공정위, 공짜납품 문제 왜 피해갔나'
까르푸 '불공정 행위, 업계 1위?'</b>

한편 공정위의 이번 발표에 대해 까르푸 노조 측은 납품업체에 대한 회사의 횡포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경욱 까르푸 노조위원장은 "납품업체에 대한 까르푸의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며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까르푸는 타 업체에 비해 그 정도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그동안 노조 측에서도 그 심각성을 알고 수 차례 사측에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노조 측은 공정위의 결과 발표에 대해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한 방송사에 의해 까르푸의 '공짜납품'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공정위 측에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면서 "공짜납품이야 말로 매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불공정거래라는 점에서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이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또 "그런데도 공정위에서는 이번 과징금 발표에 공짜 납품 건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며 "곧 있을 이랜드와 까르푸의 기업결함심사 승인을 앞두고 공정위 측이 이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 가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모 방송사는 까르푸가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공짜 납품 받은 상품을 팔아 수 십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까르푸는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공짜 납품을 요구하고 이
를 버젓이 소비자들에게 돈을 받고 팔아왔다는 얘기.

이렇게 해서 까르푸는 매년 수 십 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려왔는데, 당시 방송은 까르푸 내부자료를 인용해 "공짜 납품으로 얻은 수익이 2004년에는 55억 원, 지난해에는 10월까지 62억 원에 달했다" 고 보도했다.

즉 일년 당기 순이익에 육박하는 규모의 공짜 납품을 받았다는 것.

방송이 나간 이후 공정위는 사실 확인을 거쳐 직권 조사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까르푸 노조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이번에 지적한 구매가격 할인 등의 불공정 거래 외에도 사실상 공짜 납품으로 인해 올리는 수익이 훨씬 크다"면서 "공식적인 자료로만 봐도 매년 60억에서 70억에 달하는데, 비공식적으로는 그 이상일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가맹유통팀 관계자는 "공정위에서도 공짜 납품 문제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며 "현재 어디까지를 위법으로 봐야 하는지 과징금 규모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세부적인 사항을 '검토 중' 에 있다. 8월 안에는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 측에서 기업결함심사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을 공정위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승인 결과가 나오려면 8월까지 갈 것 같다" 면서 "공정위도 어떻게 해서든지 그 안에 공짜납품 문제의 결과를 발표하려고 하는데 사실 이런 부분은 까르푸 측에서도 굉장히 예민한 문제라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에 대비해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까르푸 한 관계자는 "공짜납품이라는 말 자체가 맞지 않는 것"이라며 "납품업체와 협의 하에 샘플(시식품)로 받은 것 뿐이다" 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또한 업계에서는 관행으로 굳어진 일이지, 비단 까르푸만의 일이 아니다" 고 반박했다.

한편 까르푸 노조는 오는 14일 공정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짜 납품 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이랜드. 까르푸 합병으로 인한 고용 안정 요구' 등을 제기할 예정이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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