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차별 경영 '이름만 하나, 대놓고 둘로 쪼개?

김승유 회장, 김종열 행장 "방식은 달라도 차별은 '하나'"

2006-07-09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흡수합병한지 4년여. 그동안 자산 100조원대를 넘으며 국민, 신한은행 등과 함께 국내 5대 은행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외형적 몸집 불리기와는 다르게 하나은행 내부에서는 끊임없는 갈등이 상존해 왔다. 바로 구 서울은행 직원들과 하나은행 경영진간의 '직원 차별'을 둘러싼 대립이 그것이다.

서울은행 노조 측은 하나은행이 합병 이후 유니폼 착용, 반강제적 하위 직렬 전환 요구, 이상한 인사체계 등 서울은행 출신 직원들에게 불평등한 대우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승유 회장은 밖에서는 서울출신 직원들을 칭찬하는 척 하면서 안에서는 차별을 일삼고, 김종열 행장은 서울은행 출신 직원들이라면 이상하리만큼 미워해왔다" 면서 "과중한 업무와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은행을 위해 일해온 직원들을 아예 대놓고 차별하는 등 도저히 회사에 적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은 아주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면서 "임금이나 직급을 비롯한 복리후생 등 여러 제도들이 아직 많은 과정을 거쳐 결과를 도출해 내는 시기에 있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 측에서 말하는 문제들은 사실상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

"하나은행은 기본적으로 차별이 존재하는 이상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서울은행 노조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경영진은 직원들의 화합을 도모하는데 힘쓰기보다는 그들을 이용하고 소수의 특권층(?)에게 '너만이 잘났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주력한다" 고 비난했다.

하나은행의 이런 조직 문화로 인해 서울은행 출신들은 그들이 지금까지 지켜왔던 도덕적, 사회적 가치에 혼란을 겪게 됐고, 갈등을 빚어왔다는 얘기.

<b>서울 노조 '직렬 전환 요구, 승진 차등' 부당 대우 곳곳에
하나 '결론만 놓고 판단 옳지 않아, 해석 따라 다른 문제'</b>

더욱이 이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은행 내부에서는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의 일부 인사들이 재무, 기획, 인사 등 주요 부문에 대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제도 자체가 한국투자금융 출신 사람들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

서울은행 노조는 먼저 하나은행의 인사 시스템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인사의 운영이나 흐름이 도저히 은행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면서 "보통 타 은행의 경우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일년에 두 번의 정기 인사이동을 한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하루에도 열 번 이상의 수평 이동이 있다" 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인력수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파견도 잦고, 또 인력에 대한 권한을 지점장에게 대부분 일임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힘'있는 지점장들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데려오고, 보내버린다는 것.

<b>'승진? 그까지 것 고발이나 해버려?'
하나은행 '하루에 인사이동 열 번도 넘어?'</b>

그런가하면 노조는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출신 여직원들을 비공식적으로 FM/CL(창구직원)로 전환토록 교묘하게 유도해 왔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하나은행 경영진에서 서울은행 출신 여직원 360명에게 FM/CL 로의 직렬 전환을 압박하는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

특히 하나은행의 FM/CL 직렬은 지난 2004년 노동청으로부터 '성차별이 명백하다' 고 시정명령을 받았던 것이었음에도 이를 없애거나 시정하지는 않고, 오히려 종합직인 서울은행 출신 직원들을 전환시켜 FM/CL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노조는 반발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00년부터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해 종합직과 FM/CL로 나눠 직원을 뽑았으며 직군에 따라 임금과 승진체계에 차별을 뒀다.

때문에 동일업무를 하는 대졸 신입사원이라도 FM/CL과 종합직은 전혀 다른 대우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서울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종합직인 서울은행 출신 직원들이 FM/CL직원으로 전환하면 임금저하와 제한된 업무배치 등 상대적으로 불리한 근로조건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은행영업이 확대돼 창구에서의 업무가 단순한 텔러 역할에서 벗어나 전문화되고 있다" 며 “그러나 경영진은 창구 텔러를 무능하거나 미운 털이 박힌 사람들을 보내는 자리로 여기며 서울 출신 직원들을 전환시키려고 해왔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이런 문제들이 불거져 노동청이나 검찰에 의해 조사에 들어가면 FM/CL 여직원 가운데 한꺼번에 30~40명 씩 승진을 시켜줬다고 노조 관계자는 지적했다. 즉 회사 측이 불리할 때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본질을 피해왔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20대 초반의 창구 여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과장급을 달고, 30대 중반의 남자행원들은 하루아침에 직위나 임금 등에서 그 아래가 돼버리는 일도 있었다" 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직원들 사이에 적대감이 형성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일부에서는 "우리도 여차하면 고발이나 해버리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b>하나은행 '연이은 M&A 실패.. 직원들 '속 시원해∼'</b>

노조에 따르면 또 같은 종합직에 속하는 여직원이라도 서울은행 출신 여직원은 FM/CL직과 같이 유니폼을 착용토록 해 출신차별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종합직은 사복, FM/CL은 유니폼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노조가 주장하는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노조 한 관계자는 "경영 전반에 관한 큰 사안뿐만이 아니라, 은행 자체의 문화가 이해하기 힘든 때가 많다" 면서 "야근을 밥먹듯이 해야 할 만큼 업무량이 많은데도, 문제만 조금 있다 싶으면 위에서는 '술이나 한 잔 하자' 고 사람들을 부추겨 '술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위기를 조장한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진의 방식이 이렇다보니 이제는 서울출신 직원들 뿐 아니라 하나은행 직원 중 상당수가 불만을 가지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일례로 최근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매각을 비롯 굵직한 M&A에서 실패 한 것을 두고 직원들은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속이 시원하다', '쌤통이다' 는 반응을 보일 정도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편 노조가 주장하는 각종 차별 대우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문제"라는 반응이다.

하나은행 공보실의 한 관계자는 "합병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급여' 와 '직급' 에 관련된 것" 이라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감정적인 부분들은 사소한 사항에 불과하다" 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직무에 따른 올바른 인사배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직렬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도 설명회를 열어 직원들의 의사를 묻고자 한다" 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노조에서 강하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서울 출신 여직원들의 FM/CL 직렬전환에 대해서 공보실 관계자는 "이는 선진국 은행들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회사측에서는 FM/CL 직렬에 큰 비전이 있다고 판단, 향후 이 부분의 볼륨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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