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융당국 1천억대 불법대출 알선
도덕적 해이 시스템 취약성 도마 위에
2017-04-05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은행과 금융당국이 브로커의 소개로 1000억원대의 불법대출을 알선해주거나 눈감아준 사실이 드러났다.5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박길배 부장검사)에 따르면 산업은행 팀장과 국민은행 전 지점장 등은 지난해 1월 상장폐지된 디지텍시스템스가 정상적으로는 불가능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1160억원의 대규모 여신을 공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국책은행 직원은 디지텍시스템스 임직원과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이들의 부탁에 지점의 대출을 소개해준 뒤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또 금융감독원 전 부국장도 금융감독원 감리를 무마시켜준다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검찰은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은행 내부자의 금품수수 등 비위 사실이 확인됐다”며 “대출의 적정성과 대출 관계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내부의 엄격한 통제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그 결과 금융권에 막대한 부실을 안겼다.검찰은 불법 대출로 아직 상환되지 않은 금액은 산업은행 218억원, 수출입은행 220억원, 무역보험공사 50억원, 국민은행 26억원, 농협 57억원, BS저축은행 41억원 등 85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기업사냥꾼들에 의해 은행별로 고용된 ‘맞춤형’ 브로커들은 국책은행·시중은행 직원들과 단발성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인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지속적인 로비활동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금융기관의 대출심사 시스템의 취약점도 발견됐다.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여신심사위원회 의결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실질적인 대출심사를 위해 도입된 제도임에도, 전체 위원들의 충분한 심의나 의결없이 서류 심사를 하는 등 형식적인 대출심사에 그쳐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한편 은행권 직원의 도덕적 해이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KB국민은행은 최근 외부 기업에 부당하게 대출을 해준 2명의 직원을 자체 감사에서 적발했다. 이들은 하자가 있는 수출환어음을 사들이면서 별다른 채권보전 조처를 하지 않은 채 약 8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대출해 준 혐의로 감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해서 발생한 은행권의 금융사고는 지난 2012~2014년 162건 7050억원에 달한다.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4409억원(38건)으로 전체 사고금액의 62.5%를 차지해 전체 은행권에서 비중이 가장 컸다.이어 KEB하나은행 1604억원(8건), 우리은행 467억원(36건), 농협은행 311억원(17건), 한국씨티은행 172억원(2건) 순으로 많았다.유형별로는 업무상 배임이 4207억원(17건)으로 피해 규모가 가장 크고, 사기 2506억원(24건), 횡령 328억원(94건), 유용 9억원(20건), 도난 1억8000만원(7건) 순이었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사들의 시스템이 불완전하고 개인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내부 시스템이 가동되는 프로세스를 살펴보고, 개인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관치적 요소가 사라지도록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