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특별기획 ③건설사 임원, 그들은 누구인가] 대우건설, 産銀의 ‘대우맨’ 지휘 성공할까
최대주주 산업은행 인사들, 임원진 내에서도 ‘막강 권한’
2016-04-06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지금은 해체된 대우그룹은 한 때 현대그룹에 이어 재계 2위까지 오른 재벌그룹이었다. 1968년 설립된 대우그룹은 1973년 대우건설을 세우고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주로 동유럽 등 당시 구 공산권 해외 신흥시장을 개척하며 괄목한 성장을 이룬 대우그룹의 행보처럼 대우건설도 건설업계 내에서 해외 시장 개척의 선봉에 섰다.특히 70년대 현대건설 등 기존의 건설사들이 중동 시장에 매진한 것에서 시야를 더 넓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건설영토를 넓혀 나갔다. 1976년 당시 국내 건설사들이 그리 주목하지 않았던 남미와 아프리카 시장을 한 발 앞서 선점하며 수주 성과를 올리는 쾌거를 이뤄냈다.1993년 ‘세계경영’을 내세운 대우그룹의 기세는 놀라웠다. 1997년엔 삼성그룹마저 제치고 현대 다음 가는 재벌 2위 자리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그러나 결국 방만한 해외 경영이 잘 나가던 ‘대우’의 발목을 잡았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분식회계, IMF 구제금융 등 내우외환이 겹친 1999년 대우그룹은 해체됐고, 대우건설 역시 워크아웃 끝에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인수됐다.2003년 조기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한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다시 인수됐다. 그러나 대한통운 인수 등 무리한 M&A로 배보다 배꼽이 커진 금호아시아나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결국 다시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놓았다.금호아시아나가 토해낸 대우건설을 2010년 산업은행이 인수하면서 대우건설의 최대 주주가 산은이 됐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실질적 주인이 되면서 대우건설의 회사 지배 구조 또한 대다수의 국내 건설사들과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을 띄게 됐다.대우건설의 임원진 면면을 보면 이러한 대우건설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통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재벌그룹 내 건설 계열사다. 임원진 역시 모그룹 오너가에서 회장과 부회장직을 맡는다. 대신 전문경영인 출신의 CEO가 대표이사 사장직 임원으로서 경영과 건설 실무를 맡는 형식을 취한다.6일 현재 대우건설 임원은 55명이다. 그러나 이들 임원 중 회장과 부회장직 임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너가 있는 재벌가 건설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대우건설은 현재 사내이사 3인이 이끌어가는 3각 체제다. 이 3인 중 2명이 산업은행 출신이다.회장과 부회장이 없는 대우건설 임원 중 최고위직은 사내이사 3인중 1인인 박영식 대표이사 사장이다. 박 사장은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1980년 대우에 입사한 37년차의 ‘대우맨’이자 건설 한 길만을 걸어온 ‘건설통’이다.또 다른 사내이사 1명인 대우건설 부사장은 산업은행 출신 임원이 맡고 있다. 임경택 부사장은 연세대 졸업 후 산업은행에 입사, KDB산업은행 부행장직을 지내다 대우건설 부사장직에 올랐다. 임 부사장은 대우건설에서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고 있다.마지막 대우건설 사내이사 1인은 전남대를 졸업한 오진교 이사로, 오 이사는 현재 KDB산업은행 사모펀드 실장을 겸하고 있다. 정통 ‘대우맨’인 박 사장을 전직 산은 부행장과 현직 산은 사모펀드 실장이 보필하는 모양세지만 그만큼 산업은행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특히 오는 7월 박영식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통 '대우맨' 출신의 박 사장이 유임에 실패하고 산업은행 출신 인사가 대우건설 새 수장이 될 수도 있다는 업계 전망이 나오면서 다시 한번 대우건설 내 산업은행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박 사장이 대우건설을 진두지휘한 지난 3년간 여러 악재가 겹친 탓에 산업은행이 박 사장의 유임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우선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던 2010년 당시 대우건설 주가는 1만5000원선을 유지했지만 6일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6020원으로 인수 당시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서는 경영 최고책임자인 박 사장에게 책임을 따질 수 있는 상황인 것.여기에 지난해 터진 3800억원대의 분식회계 사건과 지난 2013년 청와대 비서관 청탁 사기 사건 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박 사장 개인에게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사건 당시 최고 결재권자인 박 사장에게 산업은행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들이다.사실 ‘대우건설 사장’ 자리는 영욕이 큰 직위다. 박 사장 전임인 서종욱 사장은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사업 담합비리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했고, 그 전임 사장인 남상국 사장은 노무현 정권 당시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자살을 택했다.서 사장과 남 사장 모두 재임 당시 대우건설을 맡아 양호한 경영 실적을 올렸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 박 사장 역시 2013년 사장 취임 이후 3년 연속 양호한 경영 실적을 거뒀지만 주인이 분명한 ‘오너 회사’가 아닌 국책은행 산하 건설사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 여러 외풍에 휘말렸다.물론, 네 번이나 주인이 바뀐 끝에 산업은행의 품 안에 들어온 파란만장한 이력을 지닌 대우건설이지만 대우건설이야말로 과거 ‘대우’의 영광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대우맨’ 집단이기도 하다.이는 과거 대우그룹 산하 타 계열사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과거 '대우' 이름을 달고 산업계 전반에서 활약하던 대부분의 회사들은 여러 번 인수자가 바뀌면서 수시로 회사 이름도 바뀐 탓에 현재는 더 이상 '대우'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그나마 과거 '대우' 시절의 영광을 업계 내에서 유지하고 있는 회사는 대우건설, 대우증권, 대우조선해양 정도로 몇몇 업체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마저도 최근 대우증권과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우선 증권업계 내 ‘BIG3’의 위치를 유지하던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이 진행 중이며, 조선업계 ‘BIG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5조원대 이상의 손실을 내면서 회사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반면 대우건설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 3강 중 한 자리를 아직도 굳건하게 차지하고 있는 '전통의 강자'다.특히 대우건설의 경쟁사들인 주요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모그룹 산하 계열사들의 일감 등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있지만 대우건설의 경우 ‘재벌오너’라는 뒷배경 없이도 재벌그룹 건설사 못지 않은 실적을 내고 있다.한편, 6일 현재 대우건설 임원진의 출신 대학 분포를 보면 전체 55명 중 서울대가 15명(27.2%)으로 가장 많고, 고려대 출신이 13명(23.6%)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한양대가 6명(10.9%), 연세대는 5명(9.0%)으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