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휴게소 국민평가, '국민 우롱' 계속 되나

2016-04-11     허수정 기자

 

[매일일보] 한국도로공사가 매년 시행하고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국민평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싸늘하다.

'국민평가'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휴게소별 '아전인수' 홍보전으로 전락, 도공의 휴게소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 평가에 대한 신뢰성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평가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아예 폐지하는 게 상책이란 지적이 휴게시설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11일 도공과 휴게시설 업계에 따르면 도공은 지난 2014년부터 고속도로 휴게시설의 서비스 향상을 목적으로 휴게소 170여 곳을 대상으로 '국민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휴게시설 방문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도공의 '국민평가' 관련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직원 서비스나 편의시설 관리상태를 직접 평가토록 유도함으로써 휴게시설 평가에 대한 객관성을 최대한 담보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일선 휴게소에서는 평가 결과에 대한 욕심이 앞서 경품과 선물을 앞세워 고객을 유인한 뒤 해당 휴게소의 칭찬릴레이로 이어나가는 데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3일 남해고속도로 순천방향 함안휴게소에서는 직원들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공공연히 사은품을 미끼로 휴대폰을 건네받아 대신 응답해 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여타 휴게소에서도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휴게소들이 이같이 '국민평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한국도로공사의 운영평가 제도와 직접 맞닿아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매년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70여 곳을 대상으로 운영평가를 하면서 전체 300점 만점에 무려 100점을 '국민평가' 항목에 배정해 놨다.

도공은 평가결과에 따른 휴게소 등급을 연간 매출액 규모에 따라 3개군으로 나눈 후 그룹별 상대평가를 통해 1~5등급으로 부여한다.

국민평가에 대한 배점(가중치 100점)은 최우수 휴게소 95점을 기준으로 우수 휴게소 93점 등 등급별로 2점씩 차이나게 편차가 주어진다.

5등급 휴게소는 87점으로, 최우수휴게소와 7점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같은 7점 차이는 전체 운영평가 300점 만점 기준으로 보면 얼마 안되는 것같지만, 휴게소 입장에서는 향후 도공과 계약 유지를 담보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스런 수치다.

도공의 운영평가에서 수천만원의 시설투자를 해봐야 고작 4점 미만의 점수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휴게소 간 '상대 평가'로 매겨지기 때문에 5년 단위의 재계약때 절대적으로 불리해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휴게소 관계자는 "도공의 휴게시설 평가 강화 방침에 따라 5년 단위의 재계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운영 평가에서 1점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사은품을 내걸 수 밖에 없고, 응답 방법도 앱을 통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 때문에 직원들이 대신해 주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실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