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자제들 주가조작으로 또 구설수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2010-05-22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재계 명문가인 LG家가 또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해 LG家 방계 3세인 구본호(35)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아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더니, 최근에 또 방계 3세 구본현(42)씨가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초상집 분위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

LG家는 재계에서 가족중심의 유대관계가 끈끈한 가문으로 정평이나 있다.

하지만 최근 잇달아 가문 자제들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가고 있어 우려가 아닐 수 없다.

LG家 정도경영 이미지 굳혀왔지만, 자제들 주가조작으로 도덕성 논란? 
LG그룹 “투자자 현혹은 언론이 더해, LG 투자자들까지 손해 보겠다?
엑사이엔씨 “LG家 후광 탈피, 독자적이고 자생적인 모습 보여 주겠다”

전형적인 오너 집안인 LG家는 그동안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가문과 그룹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잇달아 가문 자제들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자, 세간에서는 LG家의 정도경영을 가리켜 ‘속 빈 강정’이라고 빈정거린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최근 검찰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촌인 구본현 엑사이엔씨 전 대표가 주가조작과 수백억원대 횡령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구본현 전 대표는 LG그룹의 구자경 명예회장 동생인 전 LG상사 미주법인 구본극 회장의 아들이다.

지난 2월까지 만해도 아들인 본현씨와 각자 대표직을 역임하고 있었지만, 본현씨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구본극씨가 단독으로 대표직을 맡게 됐다. 일각에선 본현씨의 갑작스런 사임이 검찰수사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 부장검사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4일 엑사이엔씨를 압수수색 했다”며 “주가조작과 수백억대 횡령 혐의로 조사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혐의입증 전이라 그 배경과 수사착수 시점은 말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본현씨는 지난 2007년 신소재업체인 N사를 인수하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시세조종을 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해 10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한다. 아울러 그는 차명계좌를 통해 직원들 명의로 자금을 대여 받는 것처럼 꾸며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우회 상장하는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통해 100억여원의 이익을 챙긴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엑사이엔씨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해 검찰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인 자료를 넘겨준 상태”라고 설명했다.그러나 LG家 자제의 주가조작 관련 검찰수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자제들의 도덕성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2년 전인 지난 2008년 LG그룹 방계 3세인 구본호씨가 주가조작으로 징역 3년에 벌금 172억원을 선고(항소심에선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60억원, 현재 보석으로 풀려남) 받기도 했다. 본호씨는 지난 2006년 9월~10월 미디어솔루션을 인수, 소유하고 있던 범한 판토스와의 합병 과정에서 외국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처럼 허위공시 해 165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았던 것이다. 당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본호씨의 주가조작 사실이 알려지면서 LG家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관련 없어도 미치는 영향?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자,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LG家의 정도경영까지 문제 삼고 있다. 그동안 LG家는 안팎으로 정도경영 이미지를 다져왔지만, 막상 자제들은 그에 못 미치는 도덕성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LG그룹 관계자는 “개인 문제지 그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관련설을 전면 부인했지만, 정보력이 부족한 일부 개미투자자들은 LG家 자제가 회사를 운용한다는 기대감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등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엑사이엔씨는 LG계열사는 아니었지만, LG계열사와 관계가 있었고, LG전자 출신 인사들을 신규 등용하는 등 그동안 회사는 LG가 자제가 운용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LG그룹과 엑사이엔씨 관계자는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는데, LG그룹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수천개가 넘는다 우리는 그룹이고 홍보팀 차원에서도 모른다. 파악이 안 된다”며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엑사이엔씨 관계자는 이러한 부문을 일정부분 인정하는 등 장·단점이 있다고 주장했다.엑사이엔씨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LG家 자제가 회사를 운용한다는 의존적 꼬리표가 달릴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회사가 잘하고 있다”며 “LG家의 후광을 탈피해 독자적이고 자생적인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LG그룹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보력이 없는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은 오히려 언론”이라며 “해당업체보단 LG家의 누구라는 것을 더욱 강조해 LG와 아무 관련이 없는 회사를 연관 짓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LG그룹의 투자자들까지 손해를 볼 수도 있겠다”며 “엑사이엔씨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듣는다. 뭐하는 회사냐”고 되레 반문했다. 계열사뿐 아니라 그룹차원에서도 관련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