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용 떨어진 기업 단기대출금 회수 나서
“비 올 때 우산 뺏는 격”이지만 은행 건전성 위해 불가피
2017-04-14 이수빈 기자
[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시중은행들이 신용도가 떨어진 대기업을 중심으로 단기대출금 회수에 나섰다.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연결 재무제표상 은행권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2570억원으로 집계됐다.이는 1년 전인 2014년 말의 1조2412억원에 비해 무려 9842억원(79.3%)이나 급감한 것이다.이는 대한항공이 계열사인 한진해운의 재무상황이 나빠진 영향 등으로 갈수록 신용도가 낮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대한항공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대한항공은 올 5월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6000억원을 넘는 데다가 경영사정이 호전되지 않는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 부담까지 안고 있다.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BBB+) 역시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 규모가 2014년 말 1026억원에서 작년 말 600억원으로 감소했다.또 두산건설은 올해 투자부적격인 ‘BB+’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5개 은행의 단기차입액이 지난해 말 3085억원으로 1년 새 800억원가량(20.6%) 감소,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했음을 나타냈다.현대엘리베이터(BBB-)의 경우도 단기차입금이 같은 기간에 20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줄었다.단기차입금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은행들이 만기를 연장해 주는 형태로 계속 유지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자금흐름이 나빠질 징후가 나타나면 금융회사들이 가장 먼저 회수하는 부채다.은행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선 ‘비 올 때 우산 뺏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은행권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반론이다.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일부 기업의 부실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과거보다 작게 보기 시작했다”며 “모기업이 부실 자회사 지원을 중단하는 꼬리 자르기에 나설 경우 은행들이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어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