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들, 기득권 고집한 정당에 거부 의지 보였다

2017-04-14     매일일보
[매일일보] 이번 20대 총선 결과는 여소야대로 나타났지만 그 속에 담긴 함의(含意)는 정치권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에게는 오만한 공천에 대한 경고, 소통 부재에 대한 심판도 담겨 있다. 새누리당이 제1당에서 밀려난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그동안 특정 지역을 마치 자신의 영지(領地)인 것처럼 행동해온 여야 모두에게 준엄한 경고장을 보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향후 우리 정치 지형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전통적인 여당의 텃밭으로 여겼던 영남은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새로운 선택을 했다. 부산에서는 18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5석을 차지했으며, 무소속도 1석이 나왔다. 3분의 1이 떨어져나간 것이다. 경남에서는 16석 중 4분의 1인 4석이 여당을 외면했다. 울산은 6석 중 절반인 3석만이 여당을 선택했다.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대구는 12석 가운데 3분의 1인 4석이 돌아섰다. 특히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간판을 달고 출마한 김부겸 후보를 선택한 것은 대구시민이 제대로 못할 경우 이제는 더 이상 새누리당을 찍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이러한 유권자의 변화는 호남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8석인 광주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단 1석도 건지지 못하고 오히려 출범한지 3개월 밖에 안 되는 국민의당이 석권했다. 전남에서는  10석 중 1곳밖에 건지지 못했다. 국민의당이 8석을 차지했으며, 새누리당도 1곳에서 선택을 받았다. 전북도 마찬가지다. 10석 가운데 2석만이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 국민의당 7석, 새누리당 1석으로 집계됐다. 호남 유권자들도 집안싸움에만 몰두할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준엄한 경고를 한 것이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당은 더 이상지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 지역구 의석에 비해 비례대표 의석이 월등한 국민의당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여야의 전통적 지지기반에서 상대방을 포용하는 정치 행위가 나타난 것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지지해 왔던 정당도 제대로 못할 경우 제3의 정당을 선택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것은 소리 없는 혁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정치가 DJ·YS 시대를 뛰어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과거와 같은 패러다임으로 정치를 할 경우 ‘미워도 다시 한 번’식의 지지는 결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즉, 유권자의 뜻을 거스를 경우 전통적 지역구도도 해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봐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 인걸도 변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변화하는 않는 정치 역시 구태의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변화하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여야 모두는 이러한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흐름에 부응하는 정책 대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