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외모가 능력?'... 여자는 능력을 타고 나나

사훈 '못난이는 받지 말자?' 국훈 '못났으면 살지 마라?'

2007-07-14     이재필 기자

[매일일보 이재필기자] 외모를 비관하던 한 여인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모 빌라 앞마당에서 이 빌라 3층에 사는 김 모(25.여)씨가 쓰러져 신음 중인 것을 주민 이 모(44.여)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김 씨는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직전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경찰조사 결과 고교시절 유도선수였던 김 씨는 졸업 후 운동을 그만뒀지만 체중이 줄지 않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직장에도 다니지 못하고 정신과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김씨가 자신의 외모를 비관, 투신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많은 여성들이 김 씨의 자살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한국 여성들이 외모로 받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하다고 전했다. 못난 여자들이 사회적으로 받는 차별과 냉대는 상당하다는 것이 여성들의 설명이다.

외모가 하나의 경쟁력이 되어 버린 지금, 외모도 능력과 마찬가지로 관리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도태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서울에 사는 김 모(27.여)씨는 외모 때문에 여러 번 취업에서 낙방했다. 김 씨는 아무리 능력이 좋고 경력이 좋아도 외모가 따라주지 않으면 일단 한 수 접고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조금 통통한 편에 속하는 그녀는 “얼굴 예쁘장하고 흔히들 말하는 쭉쭉빵빵들은 경력이고 뭐고 상관없이 합격시키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심한 거 같아요”라고 첫 말을 시작했다.

김 씨는 “한번은 제가 한 중소기업 사무실에 입사지원을 했어요. 그때 저와 같이 여러 명이 같이 면접을 보러왔죠. 그중 제가 경력이나 학벌이 제일 좋았죠”라며 “그런데 면접을 보고는 얼굴 예쁘고 날씬한 애를 뽑고는 잘 뽑았다고 사장이 좋아하더군요”라고 전했다.

이어 “전 제가 그 사람 보다 처음엔 능력이 모자라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회사에 다니는 아는 사람을 통해 들으니 뽑힌 그 여자가 3개월도 안 돼 잘렸다고 하더군요”라며 “알고 보니 예뻐서 뽑았는데 결근도 잦고 일도 못해서 해고시켰다고 하더라고요”라고 황당한 듯 말했다.

그녀는 “몸매가지고 일 시키려면 술집을 차려야 되는 것 아닌가요”라며 “부디 직원을 고를 때 그 사람의 성품과 능력을 봐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서울에 위치한 모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는 박 모(32.여)씨 역시 여자들이 외모에 대해 받는 스트레스는 가히 살인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여성들이 예쁘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저 여자는 관리를 안 하는 구나. 그러니 게으를 거야. 일도 못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며 “어쩔 수 없이 외모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그로 인해 여성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건 어쩔 수가 없잖아요. 이걸 갖고 능력과 연결을 시키고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 억지스럽다고 생각을 해요”라며 “그런데 이런 억지가 현재 한국에서는 이루어지고 있고 많은 여성들이 그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제 동기 중에 실력도 좋고 심성도 착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얼굴이 예쁜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한번은 철야를 하느라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안경을 쓰고 회사에 나왔던 적이 있었어요”라며 “그 모습을 회사 간부 한 분이 보더니 ‘여기가 놀이터야. 너 혼자 세상사냐’라며 면박을 주더라고요. 그 일로 친구는 사표까지 냈고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씨는 “우리나라 참 심각해요. 며칠 전 한 드라마를 봤는데 주인공 대사 중에 ‘전 남자는 돈이 능력, 여자는 외모가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한 능력합니다’라는 대사가 있었죠”라며 “병적인 외모지상주의. 겉치레만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그늘이 아닐까 싶네요”라고 한숨을 쉬었다.

온라인상에서도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여성들의 반발은 거셌다.

여성전용 인터넷 사이트 ‘마이클럽’의 한 네티즌은 “사람에 대해서 외모로 어떤 인상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니 ‘그 인상 안 좋은 사람’이라든지 ‘그 여드름 많은 사람, 피부 안 좋은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렇게 피부관리 조차 안하는 사람이니 성실하지 못할 것 같다’, ‘화장을 안하다니 사회성이 없다’, ‘뚱뚱하니 친구가 없을 것이다’로 가는 것은 지나친 비약, 아니 허구 아닌가요. 여성들을 외모로만 판단하는 것은 한국사회가 저지르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라는 장문의 글을 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이처럼 여성들이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민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미디어매체의 외모위주 예능프로그램 치중을 외모지상주의의 이유로 꼽았다.

'서울 여성의 전화' 이화영 사무국장은 "사람들이 자기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 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미디어가 끼친 영향이 가장 크다" 고 전했다.

이 사무국장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효과가 큰 미디어가 얼짱이다, 동안이다, 미남 미녀 스타들을 동원한 프로그램을 위주로 방송을 편성하다 보니 이에 어느 순간 사람들이 젖어버리게 된 것" 이라며 "미남 미녀만을 선호하는 방송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미를 절대 기준으로 판단하게 했고 이는 곧 우리나라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활성화시킨 계기" 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여성들이 겪고 있는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미디어가 외모를 기준으로 하는 방송프로그램을 자제하고 일반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증설해야 한다”면서 “외모가 이 세상에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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