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 고삐 죈 정부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탄력받나
2016-04-17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속도전을 예고했다.정부가 떠안고 있는 경제 과제 중 핵심 현안이지만 총선 영향으로 진척이 더뎠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목소리가 가장 먼저 터져 나왔다.17일 정부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각) 기자 간담회에서 “공급 과잉업종·취약업종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으며, 빨리해야 한다”며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가 직접 나서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들은 지난주 금융권 빚이 많은 모두 39개의 주채무계열 기업집단을 선정하며 올해 구조조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총선 이후 한계기업 퇴출 작업이 탄력을 받으면 구조조정 업체 선정뿐 아니라 기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인력 감축 등도 예상된다. 특히 조선·해운업계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 전망이다. 해운업의 경우 외국 선사들과의 용선료(선박 임대료) 인하 협상이 관건이다. 해운업 호황기에 높게 책정한 용선료를 떨어 뜨려야 5년 연속 헤어나지 못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채권단은 이달 중 현대상선이 협상에 성공해 용선료를 낮춰야 회의를 열어 출자전환 등 지원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협상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까지 갈 수 있다. 한진해운은 올해 1월부터 진행한 재무진단 컨설팅이 끝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경영개선 방안이 수립될 예정이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을 중심으로 매각·인수합병에 대한 반발이 컸던 조선업 구조조정도 진전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역경제 둔화와 고용 감소라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기업 구조조정을 다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올해 연말까지 남은 8개월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4·13 총선이 끝나고 국회의원 후보들의 ‘표심 구하기’가 약해진 지금부터 대통령 선거 국면이 시작되는 내년까지가 기업 구조조정의 최적기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선거 국면에 돌입하면 대대적 감원 등이 몰고 올 수 있는 후폭풍을 정치권이 떠안으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건은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정부가 어떻게 여소야대의 변화된 지형을 뚫고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인가다. 당장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인 ‘한국판 양적완화’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쓸 돈을 한국은행이 풀게 하자는 이 공약에 두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다만, 국민의당 일각에선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여당이 한국형 양적완화를 계속해서 제안한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