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국 주도권보다 경제 활성화가 먼저다
2017-04-17 매일일보
[매일일보]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야 모두가 당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치열해지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른 당연한 흐름으로 볼 수는 있다. 지금 당내 권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의 주도권 향배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간의 힘겨루기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정국 흐름을 어떠한 방향으로 틀어 가는가에 따라 내년 대선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기(氣)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권에서야 당연한 일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상황에 대한 적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4일 미국 워싱턴 IMF본부에서 열린 세계은행·IMF 춘계회의에서 “경기 하향 위험 요인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경제 부진에 긴급하게 대응하거나 협력해서 새로운 타개책을 찾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12일 발표한 세계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2%로 하향조정했다. 지난 1월보다 0.2%포인트 낮춘 것이다.우리의 경제 상황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각 연구기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금융연구원은 올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4%포인트 내린 2.6%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 성장률 전망을 작년 10월에 발표했던 2.8%에서 2.5%로 0.3%포인트 내렸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연구기관 중 가장 낮은 2.4%를 제시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경제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무려 0.5%포인트나 낮춘 2.7%로 전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6%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등 10대 해외 투자은행(IB)의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값은 2.5%까지 내려갔다.더군다나 지난해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해 우리나라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 한국은행은 17일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8.1%로 2014년 98.6%보다 10.5% 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GNI 기준 무역의존도는 2007년 81.6%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청년 실업률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청년 실업률이 11.8%에 달했다. 전체 실업률도 4.3%였다. 지난 2월의 4.9%보다는 다소 낮아졌다지만 이를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이렇듯 대내외 경제 사정이 위태로운 지경인데 정치권이 당 내외 주도권 싸움에 몰두하는 듯한 모습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이다. 4·13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도 여야가 협의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이뤄달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권력 다툼을 앞세우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왜곡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런 행태는 또 다른 역풍을 불러올 수 있음을 여와 야는 모두 재인식해야 한다. 정국 주도권보다 경제 활성화가 먼저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정치권이 화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