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오비맥주 유사상표계약 진실공방
개인의 도덕적 해이인가 회사의 정책적 탈세인가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지난해 대법원에서는 유사상표를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던 오비맥주(이하 오비)와 한 업자의 소송과 관련한 판결이 나왔다.
당시 대법원1부(주심 이규홍 대법관)는 오비의 'cass' 맥주 상표를 모방, 무알콜맥아음료 'cash' 를 유통시킨 업자에 대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유사맥주음료인 맥아음료는 중국 베트남 등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 수입돼 "Cas" "Cap's" "Crss 등 다양한 상표로 국내에서 팔려왔다. 특히 이 맥아음료는 원칙적으로 주류 판매가 금지된 노래방 등에 대부분 납품되면서 유사맥주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의 대상이 돼 왔다.
제보자는 오비가 대외적으로는 유사상표에 대해 철저히 단속하는 것처럼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업자들과 계약을 맺어 사용료를 받아 챙기고 이로 인한 수익은 비자금으로 챙겨 왔다고 주장했다.
일각 '상표사용료 고스란히 오비 비자금으로 유입'
오비 측 '유사상표 단속 대상이지 계약 대상 아냐'
서울에 사는 박모씨(여. 43)는 지난 2000년 차원 물산(이후 차원인터내셔널로 변경)이란 회사를 경영하면서 오비로부터 'cass'와 유사한 'cdss'와 'casc'이라는 무알콜 맥아음료에 대해 상표사용을 허가받아 계약을 체결했다.
박씨에 따르면 당시 상표사용 계약의 오비 측 담당자는 법무팀 황모 전 차장. 박씨는 오비와 상표사용 계약을 맺고, 그 사용료는 황씨의 H 은행 개인통장으로 입금을 시켰다고 한다.
이유인즉 황씨가 "반드시 현금으로, 자신의 계좌로 돈을 넣으라"고 했다는 것. 이에 따라 박씨는 매달 그의 통장으로 사용료를 지불해 약 8개월의 계약 기간 동안 총 8억원이 넘는 돈을 입금시켰다.
박씨에 따르면 상표사용계약 당시 황씨는 조건 중 하나로 자신의 친구인 전모씨와 사촌여동생 황모양을 박씨의 회사에서 일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가하면 오비에서 계약된 상표로 수입되는 물량에 대해 계약된 약정금 외에 박씨가 판매하는 물량인 'cdss' 는 박스당 500원, 'casc'는 박스당 250원씩에 기간의 약정 없이 빌려 달라고 하며 사정이 나아지면 갚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
박씨는 "황 차장은 직위를 이용해 내가 차용증 혹은 현금보관증을 요구할 수 없게 만들어 강압적으로 돈을 빌려주길 요구해왔다" 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던 나는 그 내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황씨가 박씨에게 빌려간 돈은 2억 5천만원에 달했다.
박씨 '오비와 정식으로 유사상표계약 맺은 것'
한편 박씨는 오비와의 계약이 끝날 무렵 황씨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했지만 그는 연락을 피하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씨는 "황 차장은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기만한 것 아니냐" 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뿐이 아니다. 당시 박씨는 맥아음료 사업을 그만두고 O.E.M 브랜드 'HIVE'라는 '과일맥주' 수입을 시작하기 위해 바쁜 와중이었는데, 황씨는 당시 박씨의 회사에 근무하던 자신의 친구 전모씨와 사촌여동생 황모양을 시켜 박씨의 사업 자료를 빼돌렸다.
이후 그는 박씨의 동업자를 이용해 HIVE 상표를 매수하고, 박씨 모르게 이를 자신의 측근 양모씨의 명의로 권리 이전시킨 것. 나중에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박씨는 이미 수입된 상품을 통관시켜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양씨에게 상표사용료로 1억원을 지급해야 했다.
황씨는 다시 중간에서 1억 원을 현금이 아닌 제품으로 달라고 해 이렇게 받은 물량을 자신이 등록한 것인 냥 전국의 주류도매업자에게 납품한 것.
더욱이 박씨의 회사인 차원의 제품을 구매하는 업체에게는 기존의 'cdss'를 포함해 납품하지 않겠다고 협박해 시중가의 40% 정도 밖에 안되는 박스당 8천원에 상품을 덤핑처분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박씨는 보관중인 제품을 폐기처분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40%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거래를 할 수 밖에 없었다.(당시 박스당 가격은 1만2천원, 박씨가 처분한 가격은 박스당 2천원)
박씨는 황씨의 횡포로 인해 10억 원 가량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봤으며 또한 제품의 보관을 하던 보세창고비용조차 주지 못할 정도의 지경에 이르게 됐다.
황씨는 더욱이 다른 업자들에게 "은혜도 모르는 놈들은 죽여버리겠다" "2003년까지 차원인터내셔널이 망하지 않으면 내손에 장을 지져라"라고 술자리에서 종종 말하곤 했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파산직전인 박씨에게 접근해 성희롱을 하며 이혼을 강요한 사실까지 있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유사상표계약 수익, 오비로 흘러 들어갔나?
대외적으로 오비는 각종 유사상표들을 엄격히 단속한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박씨는 엄연히 오비 법무팀 황 차장을 통해 '오비'라는 회사와 상표계약을 맺은 것이다.
즉 오비로부터 상표를 빌려 계약기간동안 매월 일정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상표를 임대하는 행위.
박씨에 따르면 "오비에서 생산되는 cass 맥주의 유사상표인 'cdss' 'cars' 'caff' 등 많은 유사상표를 오비에서 특허청에 상표를 등록하고 이를 다시 업자들에게 빌려줬다" 는 것이다.
더욱이 박씨는 "유사상표사용 계약을 하고 지불하는 사용료는 세적이 없는 관계로 이 돈이 다시 오비로 흘러 들어갔다" 며 "이는 황 차장과 거래를 할 때, 그가 본인 입으로 '이 수익은 회사로 들어가는 '비자금' 이라고 말했다" 는 것.
한편 업자들은 이런 방법을 통해 맥아음료를 수입해 들어와 판매할 수 있었고, 수입 시 인천세관 등에는 오비의 '유사상표통관협조의뢰공문' 등이 몇 년간 수십 차례에 걸쳐 보내졌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이렇게 수입한 맥아음료는 주류 판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는 노래방 등에 판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박씨는 "2001년부터 2003년 사이 정식으로 유사상표를 계약해 시중 노래방에 판매됐던 것은 cass 유사상표인 오비 상표가 80%이상이었다" 고 주장했다,
이어 "가끔 타 업체인 H 맥주회사의 유사상표가 있긴 했지만 H 회사는 계약자체가 없었고, 유사상표를 인정하지 않아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을 때였다" 고 말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실제로 주류 판매가 금지돼 있음에도 많은 노래방에서는 암암리에 맥주를 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래방 업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입구 냉장고에는 cass 의 유사상표를 진열해 놓고, 뒤로는 진짜 cass 맥주를 판매하는 것이다.
실제로 노래방 업체 한 관계자는 "단속은 피하고, 노래방도 돈을 벌기 위해 가짜(유사상표 맥아음료)를 진열해 놓고, 손님들한테는 진짜를 팔고 있다" 면서 "요새도 그렇지만 한 2~3년전에는 대부분 cass를 흉내낸 유사품들이 많았다. 그러니 진짜 맥주도 cass를 주로 팔았던 것이다" 고 털어놨다.
박씨는 "이렇게 들어오는 맥주 역시 무자료 거래"라며 "당연히 세금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엄청난 수익이 고스란히 오비로 들어간다" 며 "이는 업계에서도 공공연한 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국세청, 공정위 제보까지.... '감감무소식'
물론 이에 대해 오비맥주 측은 유사상표는 "'단속'의 대상이지 '계약'의 대상이 아니다" 고 강하게 주장했다.
오비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일을 회사 차원에서 할 리가 있겠느냐" 고 반문하며 "황씨가 개인적으로 착복하기 위해 벌인 일에 불과하다" 고 설명했다.
이어 "박씨의 일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면서 "회사측에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불법을 묵인한 것도 아니고 전혀 몰랐던 사항에 대해 박씨에게 보상해줄 수는 없다" 고 못 박았다.
노래방에서 판매되고 있는 cass 맥주에 대해서도 "본사에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도매업자들이 중간에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지는 일일이 파악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때문에 박씨가 말하는 무자료 거래로 인한 탈세, 비자금 등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는 것이 오비 측의 설명이다.
한편 이 일로 인해 생계 기반을 송두리째 빼앗긴 박씨는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비의 김준영 사장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받고자 했다.
하지만 김 사장 측은 어떠한 답변도 없었고, 국세청에 접수된 민원은 계속해서 관할 세무서, 지방국세청 등으로 이전돼 아직도 조사중인 단계로 알려졌다.
박씨는 "회사의 법인도장이 찍혀 있는 계약서를 갖고 있고, 사용료를 입금시킨 계좌번호까지 알려줬다. 또 인천세관에도 오비에서 보낸 협조 공문 등이 남아있는데도 조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면서 "오비는 발뺌만 하고, 공공기관조차 힘없는 개인이라고 해서 무시를 하는 현실에 억울할 뿐이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세무 업계 한 전문가는 "박씨와 같은 경우는 황모씨라는 개인과 사업을 한 것이 아니고, 오비라는 법인과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개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연히 사용료로 인한 수익은 법인의 이익으로 봐야 한다" 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문제의 황씨는 지난 2003년 오비에서 퇴사했고, 현재는 지명 수배 중에 있다.
오비 측이 그를 '사문서 위조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 (박씨 측은 오비에서 '횡령'으로 고소했다고 주장.) 그러나 여전히 황씨의 소재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오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박씨는 "가족, 자식 등의 거주지를 다 알고 있는데, 오비에서 황 차장 소재지를 알려고만 하면 당장에라도 찾을 수 있다" 면서 "황 차장을 찾게 되면 오비 측에도 불리한 일이 발생할까봐 일부러 미적거리는 것 아니냐" 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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