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진 안전지대 아닌 만큼 내진 설계부터 강화하자

2017-04-18     매일일보
[매일일보]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은 그 규모에 따라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 16일 새벽 일본 규슈 구마모토(熊本)현에서 발생한 진도 7.3 규모의 지진이 이를 증명한다. 부산·경남 지역 주민들은 이 지진 여파에 따른 진동에 상당한 공포감을 느꼈다. 이날 하루에만 지진 신고가 2000여 건에 달할 정도였다. 최근 소위 ‘불의 고리’라고 일컫는 환태평양조산대에서 지진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구마모토 지진 발생 직후엔 태평양 건너 에콰도르에서 진도 7.8의 강진이 지구촌을 흔들었다.많은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역사적 기록을 보더라도 한반도에서의 지진을 간단없이 이어져 때로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삼국사기나 고려사에는 799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해 100여 명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에는 백두산 주변에 지진활동이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전문가들 의견대로 한반도는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특히 진도 5~6 정도의 지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이 정도 지진은 일단 발생하면 그 피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건물들은 내진(耐震) 설계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진 설계가 되어 있는 건물은 피해가 경미했다. 반면 전통 목재 가옥의 경우 성한 것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도 이러한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우리 건축법은 3층 이상이나, 면적 500㎡를 넘는 건물은 규모 5.5에서 6.5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도 1988년 이후에 마련된 것이다. 이러다보니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35%가 채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시설물의 내진율도 50%가 안 되며, 학교의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공공건축물 내진율을 50% 정도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을 뿐이다.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당장 보수·보강을 해야 할 D등급 건물은 801개, 붕괴 우려가 있는 E등급은 58개였다. 하지만 이 건물들도 건물주나 입주 상인들이 돈이 없다며 버티면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안전사각지대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우리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인식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