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거 안정이 저출산 대책이다
2017-04-19 이상민 기자
[매일일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채 힘겹게 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인생의 가장 황금기에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포기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내기를 강요받고 있다.이런 상황만으로도 답답하고 억울할 노릇인데 여기에 취업과 내집마련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며 ‘오포세대(五抛時代)’로 불리더니 급기야는 인간관계나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한 ‘칠포세대’가 나타나고 그것도 모자라 또 다른 절망을 강요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N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그야말로 ‘상실의 세대’라 부를 만 하다.N포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도 피할 수 없다. 절약은커녕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영위할 여력도 없기에 이들은 자신만의 세계로 더욱 깊이 숨어들었고 소비자를 잃은 산업은 불황의 늪에 허덕이다 결국엔 문을 닫고 만다. 일자리가 없다보니 빈곤에 허덕이고 강요된 ‘구조적 빈곤’의 여파는 고스란히 기업으로 전이됐다.어렵사리 취업을 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한 사람들도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주된 이유는 천문학적인 육아비와 교육비 부담이다. 자신들의 삶을 포기하면서 아이들을 키워내던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희생을 강요하며 아이를 낳으라고 계몽할 근거도, 논리도, 명분도 희박하다.대한민국 전반을 옥죄고 있는 저성장과 저출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직장이 없으니 내집마련은 엄두도 못 내고 그러다 보니 결혼은 그림의 떡이다. 님을 봐야 뽕을 딴다고 결혼도 안했으니 아이가 있을 리도 만무하다. 안일한 발상과 평범한 해법으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쉽지 않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는 막막하기만 하다.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5년 동안 전국 16개 시·도의 주택가격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발표한 것. 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의 매매가격이나 전세 가격이 높을수록 출산율은 낮아지고 초산연령도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가장 높은 곳은 서울이었다. 서울은 출산율도 가장 낮았고 초산 연령도 31.5세로 가장 늦었다.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경기나 부산, 인천 등 집값과 전셋값이 비싼 대도시들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북과 전남, 충남과 충북 등 주택가격과 전세가가 비교적 낮은 지역에서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초산 연령도 이른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이 같은 연구 결과에서 백약이 무효해 보이기만 하던 ‘대한민국의 지병(持病)’을 치유할 수 있는 해법을 엿볼 수 있다. 젊은 남녀들이 주택 구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각종 대책들도 이런 방향으로 선회가 시급함을 웅변하고 있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주택 매매가와 전셋값 안정이 가장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이다. 수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청년 세대들에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행복도 선사해 주는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