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밀실매각 중단하라"

노조 '검찰 수사 초강수 둘 수도'

2006-07-15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대우건설노조와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의 정밀실사 관련 1차 협상이 결렬됐다.

캠코와 대우건설 노조, 매각 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성증권 등은 지난 11일 정밀실사 시작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양측의 입장차만 재확인했을 뿐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곧 2차 협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지만 매각 투명화를 입증하기 위한 노조의 계속된 요구에 캠코 측 역시 완강한 반대를 보이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밀실사 과정은 물론 인수작업 자체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완전히 우롱당한 기분이었다" "혹시나 캠코의 태도가 변했을까 기대했지만,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였다" 협상에 참여했던 대우건설 노조 정창두 위원장의 말이다.

1차 협상자리에서 노조 측은 '매각 후 중장기 발전 가능 입증자료 제시', ''특정기업 밀어주기' 식의 특혜의혹과 입찰가 유출 의혹 진상조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 평가결과 공개 방안'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캠코는 입찰 참여사와의 비밀유지협약과 내부운영규정을 들어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한 것.

정 의원장은 "매각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대우건설의 재부실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6조 6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매각 자금의 구성 내용을 밝혀달라는 것" 이라며 "그런데도 캠코는 '비밀유지' 만을 운운하며 조금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고 주장했다.

캠코 '국민 대표해야 하는데, 사기업 매각보다 더 지독'

정 위원장은 "사실 이번 협상 또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나갔지만, 역시나 노조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캠코는 온갖 법과 규정을 들어대며 숨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면서 "캠코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건설을 국민을 대표해서 매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사기업 매각하는 것보다 더 지독하게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노조에서 제기하는 특혜의혹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며 발뺌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결국 책임지고 의혹을 밝혀줄 수 있는 기관에 진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고 말했다.

즉 검찰 조사까지 배제하지 않는다는 얘기.

이에 대해 캠코 측에서는 노조가 제기하는 특혜 의혹 등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캠코 한 관계자는 "캠코는 결코 특정기업을 밀어 준 일이 없다" 면서 "노조는 자꾸 공개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 궁금해하는 국민들은 없다" 고 못 박은 뒤 "오직 노조만이 알고 싶어한다" 고 반박했다.

그러나 "협상이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입장이 좁혀지게 마련이다" 면서 긍정적 전망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한편 1차 협상이 결렬된 이후 지난 14일 오전, 매각 주간사가 노조를 방문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삼성과 시티 양측의 책임자들이 와서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면서 '일단 노조 측이 알고 싶어하는 조항에 대해 구체적인 리스트를 작성해 보내 달라고 했으니, 자료를 정리해 보낼 것이다. 이것이 잘 추진되면 2차 협상에 들어갈 수 있지만, 또 다시 조율에 실패한다면 협상 역시 불투명하다" 고 설명했다.

노조 '금호와는 협의할 단계 아냐'

그런가하면 정 위원장은 "현재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금호와 협상할 단계는 아니다" 면서 "캠코가 평가를 해서 '금호'를 정한 것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캠코가 노조를 이해시켜야 할 일"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런데 오히려 캠코는 '비밀유지 약정'을 들먹거리며, 궁금한 게 있으면 금호측에 문의하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고 정 위원장은 말했다.

앞으로 대우건설 노조는 캠코의 밀실 매각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제기
해 온 의혹들이 밝혀질 때까지 강경 대응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장은 "대우건설 이후에도 예정된 M&A 가 많다"면서 "M&A 과정에서 숱하게 되풀이돼 왔던 문제점들을 끊어내기 위해서도 대우건설이 모범적인 선례를 남겨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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