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말아톤…장애를 넘어 함께

"장애인과 비장애인 차별 없는 사회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

2016-04-19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매일일보]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몸매는 끝내줘요."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말아톤’의 유명한 대사이다.‘발달장애’라는 낯선 소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500만여 명의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들었으며,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실제 영화의 주인공은 배형진씨. 자폐성 발달장애를 갖고 있지만 마라톤 쓰리서브 기록 달성과, 철인 3종 경기 최연소 완주 기록을 가진 청년으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청년이다. 지금은 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주3일 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있다.발달장애는 자폐증이나 지적장애 같은 인지기능 장애와 언어발달 장애 등을 의미한다. 국내의 발달장애인은 대략 20만여 명. 장애등록을 꺼려하는 분들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영등포구에도 약 1천여 명의 발달장애인이 있다. 구청장이 된 이후 발달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자식들보다 하루만 더 살다 죽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본인들보다 남겨질 자식 걱정이 더 큰 것 같았다.이들을 위해 지속적인 소득 활동이 가능하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했다. 기능인으로 양성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제과․제빵 교육을 하고‘꿈더하기 지원센터’를 설치해 체계적인 교육과 함께 사회성 회복을 위한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을 실시했다. 아울러 직업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매년 10명씩의 발달장애인을 직접 채용했다.그 결과 장애의 정도가 눈에 띄게 호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눈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던 친구들이 먼저 인사하기 시작했고, 화장을 하며 스스로를 가꾸는 법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취업난 속에서도 6명이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이들을 보면서 장애인도 얼마든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의 사회 진출은 드문 편이다. 법률로 장애인의 고용을 의무화 하고 있지만 고용율은 2%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장애를 극복하고 재능을 꽃피운 사람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씨나 운보 김기창 화백, 백악관 국가장애인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 등 손에 꼽을 정도인 반면, 외국의 경우 루즈벨트나 헬렌켈러, 에디슨 등 수 많은 위인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장애인의 사회 진출이 어려운데는 시스템의 부재, 관심과 배려의 부족, 편견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나도 잠재적 장애인이다.’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장애인을 배려의 대상으로만 보고 능력을 한정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을 바로 보려 하지 않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한다.그래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웃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인식을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250만 명이 넘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기회를 제공 받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도 조금은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