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수학교 신설 위해선 주민과의 소통이 우선이다

2017-04-20     매일일보
[매일일보] 서울시교육청이 20일 14년 만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서울에는 있는 특수학교는 국립 3곳, 공립 8곳, 사립 18곳 등 모두 29곳으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장애 학생들은 많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원거리 통학을 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 장애 학생을 둔 수많은 학부모들의 가슴은 숯덩이가 된다. 통학 시간이 긴 것은 차치하고라도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2002년 경운학교가 종로구에 들어선 이후 서울에서의 특수학교 신설이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와 부지를 협의해 2018∼2019년경까지 특수학교를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장기 계획으로 학교급이 통합된 기존 형태가 아니라 유치원·초교, 중·고교, 고교·전공과 등으로 특수학교 형태를 다양화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장애 학생들의 원활한 사회 진출을 위해 진로·직업교육 거점학교 역시 현재 5곳에서 11곳으로 늘린다. 또 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도 동부, 서부, 남부, 북부 등 권역별로 1곳씩 설립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된다면 얼마 좋겠는가.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특수학교와 같은 장애인 시설 건립이 무산된 과정을 수없이 목격했다.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탓이었다. 따라서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 교육감 임기에 맞춰 ‘치적 쌓기’식으로 밀어붙일 경우 사회적 갈등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발표가 조희연 교육감이 어떠한 반발에도 특수교육 발전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벌써부터 갈등을 예고하는 것 아닌가 불안감이 앞선다.특수학교는 혐오시설이 아니다. 선천적 장애인들도 있지만 후천적 장애인들도 양산되는 산업사회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들을 배척하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회구성원이라는 인식을 어렸을 때부터 심어주어야 한다. 특수학교가 인근 초·중·고교와 자매결연을 맺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로 가까이 하다보면 이해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이렇듯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순리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