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일까 매일까’ 새 금통위 성향에 관심
정부 공무원 출신 등 친 정부 성향… 중도파가 캐스팅보트 쥘 듯
2017-04-21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새로 구성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성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금통위가 이를 돌파할 통화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퇴임한 하성근·정해방·정순원·문우식 금통위원의 후임인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위원이 이날 한은에 첫 출근했다.이전 금통위의 구성에서는 당연직 금통위원인 이주열 총재, 장병화 부총재와 함께 한은 추천위원인 문우식 위원이 확실한 매파 성향(물가안정 중시)을 보여 기준금리 인하에 반대했었다.반대로 금융위원회 추천으로 금통위에 합류한 하성근 위원은 금리 인하를 가장 많이 주장해 확실한 비둘기파(경제성장 중시)로 분류됐다.하 위원은 지난 19일 열렸던 임기중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여기에 정순원 위원과 정해방 위원도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몇 차례 낸 적이 있어 비둘기파로 알려졌다.지난 2014년 5월 임명돼 아직 소수의견을 낸 적이 없는 함준호 위원을 중도파로 분류한다면 직전 금통위의 구성은 매파 3명, 비둘기파 3명에 중도파 1명으로 균형을 이루는 형국이었다. 기존 금통위원은 소수의견 여부를 기준으로 성향을 분류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신임 금통위원은 의견을 낸 적이 없으므로 앞으로 어떤 성향을 보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다만 경력이나 그동안의 발언 등을 토대로 미루어 짐작만 해볼 수 있을 뿐이다.일단 신임 금통위원들은 국책연구소나 정부 공무원 출신 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가담 경력 등이 있어 친(親) 정부 성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따라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원하는 정부 입장에 동조하는 비둘기파가 우세하다는 전망이 나온다.우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조동철 위원은 그동안 적극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만큼 하성근 위원의 뒤를 잇는 확실한 ‘비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위원도 금융위 재직시절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정책 등을 이끌었고 신인석 위원도 부진한 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부양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반대로 이일형 위원의 경우 한은의 추천을 받은 위원인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KIEP) 시절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적이 있어 매파에 가까운 성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다만 이일형 위원이 예전 금통위의 문우식 위원만큼 매파적 성향이 뚜렷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돼 이 위원이 중도파로 분류되는 함준호 위원과 함께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향후 금통위의 금리 결정방향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이 위원이 매파의 입장에 선다면 총재·부총재와 함께 매파가 3명, 조동철·신인석·고승범 위원 등 비둘기파가 3명(함준호 위원 중도)으로 대등해진다. 이전 금통위의 성향 분포와도 같게 된다.하지만 이 위원을 함 위원과 함께 중도로 분류하면 매파가 총재·부총재 뿐이어서 비둘기파(3명)에 비해 수적으로 불리한 형국이 된다.새 금통위원들의 성향을 가늠해볼 시험대가 될 첫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13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