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부, ‘곡우의 딜레마’ 해소해야

2016-04-21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 20일 곡우(穀雨)가 내렸다. 24절기 중 6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이날에 비가 내리면 그해 풍년이 든다고 한다.하지만 첫모내기를 한 농부의 심정은 걱정만 앞선다. 곡우가 내려 기분이야 좋지만, 지금으로선 풍년들어 좋을 것 하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쌀 시장 개방에 더해 매년 풍작까지 들어 쌀 보관 창고는 재고 미(米)로 넘쳐나고 있다. 무엇보다 쌀 소비가 급감해 쌀 농가 소득은 최근 5년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정부로서도 딜레마다. 농민 구제를 위한 쌀 추가격리 등의 조취를 취했지만, 쌀값 폭락에 따른 직불금과 쌀 보관비용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대책 마련에 골몰이다.농림축산식품부 및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양곡보관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쌀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0만t에 달한다. 적정 수준 80만t의 2배 이상이다.더 이상 임시조취로는 안됐든지 올 초 정부는 ‘쌀 특별재고관리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56만t을 처분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 이 대책으로도 쌀값 하락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추가격리까지 단행했다. 때문에 재고량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셈이 됐다.  정부도 고심하는 부분이겠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좀 더 실효성 있고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쌀 재배를 실질적으로 줄이겠다고, 일평생 벼농사만 짓던 농부를 하루아침에 작물 재배로 전환 유도하는 방침 등은 진정 농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등 떠밀려 내놓은 미봉책에 불과한 것인지, 정부는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책은 아리송하기 그지없다. 질 좋은 쌀 개발(품종개량) 등을 통해 해외 수출 증진, 쌀 소비 증진을 위한 캠페인 장려 등의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뒤로는 ‘유전자조작 벼’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지난달 3일 전국쌀생산자협회는 농촌진흥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전자조작 벼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협회 관계자는 “유전자조작 작물은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각국에서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내에 쌀이 남아돌아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유전자조작 벼를 개발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고 규탄했다.옛 민담(民譚)에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는 비가 오면 짚신 장수 아들 걱정에,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면 우산 장수 아들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날의 연속이었다.이 어머니보다 더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경제 현안들이 한두 가지겠느냐마는 ‘딜레마’를 푸는 열쇠는 정부가 ‘진정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에서 찾아야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