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한국?
北, “남한 안전보장, 쌀 50만t과 자재 지원해야” 망발
장관급회담 조기결렬... 잘못된 대북정책 현주소 확인
2007-07-16 매일일보
[매일일보 정치부 종합]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와 관련, 부산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은 “선군(先軍)정치 때문에 남한이 덕을 본다.”는 북측대표단의 망발만 전해 듣고 아무런 성과 없이 조기결렬 되고 말았다.
북측의 망발을 정리해보면 ‘김정일이 남측의 안전도 보장해주고, 남조선 인민들에게 은덕을 베풀어 주고 있으니 응분 대가를 치러야 되지 않겠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잘못된 대북정책이 어디까지 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한을 사정권 안에 넣는 미사일을 발사하고도 한마디 사과는커녕, 미사일 도발이 오히려 한국의 안전을 보장했으니 북측에 감사하라는 내용인데, ‘한국이 김정일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항간의 낭설이 북측관리의 입을 통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남북, "할 말 하는 장"으로서 회담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은 서로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아 회담은 예정대로 11일에 열렸다. 남과 북 모두 예정된 회담을 거부하여 회담 무산의 책임을 지는 것보다 회담을 열어 따질 것은 따지고 할 말을 하는 회담장을 선택한 셈이다.물론 회담 당일 북측 대표단을 태운 고려항공 전세기가 평양공항을 이륙할 때까지도 남측은 과연 북측이 회담에 참석할지 확신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남북 대표단은 시종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고, 주최 측인 남측은 환영만찬을 총리가 아닌 회담 수석대표인 장관이 주최하고 초빙 인사도 대폭 축소하는 등 간소한 회담운영을 이어갔다. 통상 회담기간 중 진행하던 참관 행사도 이 같은 맥락에서 생략됐으며, 예전과 달리 공식 회의나 연회 외에는 북측 대표단의 얼굴을 회담장 주변에서 보기도 힘든 상황이 계속됐다.이 같은 냉각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회담 첫날인 11일 환담과 환영만찬 등에서는 구체적으로 미사일 문제 등이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이틀째인 12일 첫 전체회의에서의 수석대표(단장) 기조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 남북 간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남북 기조발언, 뚜렷한 시각차
남측은 예고한 대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한 유감과 추가발사 만류의 입장을 전달하고 6자회담 복귀를 강력히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광주 6.15민족대축전시 안경호 6.15북측위원장의 한나라당 관련 발언에 대해서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북측 역시 예상대로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문제들'인 정치. 군사적 장벽들을 거론했다. 북측 단장은 참관지 제한 해제와 내년부터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 국가보안법 폐지, 인도주의적 협조 진전 등을 거론했으며, 선군정치에 대해서도 "선군이 남측의 안전도 도모해 주고 남측의 광범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남측은 회담 대변인을 통해 이례적으로 북측의 선군정치 관련 발언에 대한 남측 수석대표의 반박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며 단호한 태도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한때 회담이 정회된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기도 했다.북측도 당일 곧바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북측 단장의 기조발언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같은 남북 간 뚜렷한 시각차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극명해진 북미간의 대결 상황에 대한 남북 간의 해석 차이로 보인다.북측은 북미간 대결 상황 속에서 미국의 대북공세에 맞서 자위적 조치로서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북한의 선군정치가 결국 한반도의 평화를 지킨다는 인식하에 남북 간에는 장관급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한 단계 높게 이루기 위한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문제들'에서 진전을 이루려는 입장에서 회담에 임했다. 그러나 남측은 북미간의 대결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군사적 대응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따름이며, 유일한 해결책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방법이라는 인식하에 장관급회담에서 이 같은 입장으로 북측을 설득하고 남측과 유관국의 입장을 북측 지도부에 전달하려 했다.성과 못 낸 수석대표(단장) 접촉
12일 오전의 전체회의에 이어 오후 첫 남북 수석대표(단장) 접촉이 이어졌으나 "기조발언에서 내놓았던 쌍방의 입장과 주장, 요구 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의 역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커 통상 수석대표(단장) 접촉 이후 진행되어야할 실무대표 접촉이 진행되지 않은 채 회담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했으며, 회담 3일째인 13일 오전 다시 수석대표(단장) 접촉이 진행됐다. 13일 오전 10시 40분부터 남측의 이종석 수석대표와 북측의 권호웅 단장 등이 참석한 2차 수석대표(단장) 접촉이 이뤄졌으나 결국 회담 조기 종결이 결정됐고, 남북 대표단은 일정을 앞당겨 이날 오후 종결회의를 갖고 북측 대표단은 북으로 귀환하게 됐다.북측의 제안으로 진행된 2차 수석대표(단장) 접촉에서 북측은 "추가적인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남측도 이에 동의해 종결회의가 앞당겨지게 됐다. 결국 두 차례의 수석대표(단장) 접촉에서 남북은 기조발언에서 나타난 뚜렷한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으며, 추후의 협의를 통해서도 해결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회담 결렬 후유증 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