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조선·해운업… 은행에도 구조조정발 위기 닥치나

기업대출 옥죄자 부실기업 증가 가능성

2017-04-24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조선과 해운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면서 은행권에 기업 구조조정 발 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권의 익스포저는 약 2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84.3%인 18조3000억원이 특수은행의 몫이다.   은행별로 보면 수출입은행이 12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과 농협이 각각 4조1000억원, 1조6000억원 순이다.   이밖에도 KEB하나은행(1조95억원), 국민은행(8967억원), 우리은행(5469억원), 신한은행(4087억원)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대부분 특수은행의 익스포저가 크지만 아직 파악되지 않은 시중은행들의 부실 위험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요은행들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등 위기나 불황에 시달리는 대기업들에 대한 신용위험도를 B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5년도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모두 54개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인 C∼D등급에 포함됐다.   대기업 업황이 악화하면서 전체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은행 건전성도 위협을 받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대형은행 대부분에서 금융위기 후 최대 폭으로 올라 전체 수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대기업 연체율은 2014년 대비 1.06%, 신한은행은 0.55%포인트 높아져 금융위기 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3년보다 0.83%포인트 급락하며 2014년 0.76%까지 떨어졌던 우리은행의 대기업 연체율도 1년 만에 0.28%포인트 반등, 다시 1%대로 올라섰다.   대기업을 포함한 KEB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도 전년보다 0.27%포인트 높아졌다.   기업부실 여신으로 5대 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2014년 3조4553억원에서 지난해 3조6688억원으로 6.18% 급증했다.경남기업과 포스코플랜텍 등에 대한 부실 여신으로 신한은행의 전입액은 전년 대비 29.7% 늘었다. STX조선에 발목을 잡힌 농협은행은 무려 214.3% 크게 올랐다.한편 그동안 실적 향상을 위해 방만하게 대출에 나섰던 은행들이 지난해 ‘충당금 폭탄’을 맞으면서 대기업 여신을 깐깐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데다가 담보 없이 주로 신용으로 대출을 받은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계속해서 채무 독촉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은행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당국의 압박과 은행들의 ‘충당금 공포’ 속에서 비교적 건전한 대기업들도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돈 빌릴 데가 마땅치 않아진 대기업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국내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AA등급 이상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호황을 유지했으나 그해 7월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크게 경색됐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박기홍 기업금융팀장은 “앞으로 구조조정 강화를 골자로 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나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통해 시중은행들이 기업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