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가입자가 백명도 안돼

대책 없는 상용화, 일정 맞추기에만 급급

2006-07-16     한종해 기자

[매일일보 한종해기자]2006년은 국내 광대역 무선인터넷을 개막하는 원년이다. 유선통신의 공간성과 이동성 제약을 극복하고 이동통신의 전송속도를 보완하기 위한 유무선 융합 서비스로의 광대역 무선인터넷이 와이브로와 HSDPA를 중심으로 상용화됐기 때문.

와이브로는 휴대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면서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휴대폰과 무선랜의 중간 영역에 위치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를 중심으로 2003년 6월부터 표준화를 추진하는 한편, 국제전기전자기술협회(IEEE)에도 반영하는 등 한국이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3.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이자 국책사업이다.

퍼스널컴퓨터, 노트북컴퓨터, PDA, 차량용 수신기 등에 무선랜과 같은 와이브로 단말기를 설치하면 이동하는 자동차 안이나 지하철에서도 휴대폰처럼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동하면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가 상용화된지 수일이 지났지만 가입고객은 백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끊김이나 속도 저하 없이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하지만 KT와 SK텔레콤 양사를 합쳐 가입자가 7월 9일까지 백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초기 가입고객이 극히 적은 것은 무엇보다 서비스 지역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KT는 현재 신촌과 강남, 서초 송파구, 분당과 판교 등지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SK텔레콤도 대학가 주변과 을지로, 명동 등 6개 지역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다.

양사는 서비스 가입도 해당 서비스지역에서만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이유만으로는 100명이 안되는 가입자 수를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른 이유는 전용단말기가 출시되지 않았고 노트북에 카드를 꽂아 쓰도록 하고 있어 대중화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또 인터넷 기능 외에 다른 서비스가 없고 업체들의 마케팅 활동도 소극적이어서 인지도가 낮은 점도 초기에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서비스의 적용범위가 제한적이고 그나마 노트북 사용자나 쓸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수차례 문제로 지적되어온 부분이지만 그동안 그렇게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에 비해 상용화 홍보가 거의 없다는 것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정부와 KT의 표현대로 ‘세계 최초’, ‘순수 국내 기술’로 이루어 낸 성과라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가입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서도 모자랄 판인데 서비스 개시일인 지난 달 30일 오전은 조용하다 못해 찬바람마저 돌고 있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당분간 홍보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하며 “현재 이용 가능한 범위도 적고 PCMCIA 단말 한 종만 나와 있는 상태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적극적인 계획은 없으며 연말 쯤 사용 가능한 범위가 늘어나면 홍보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SK 텔레콤은 HSDPA를 주력으로 하고 있고 와이브로를 보완재 정도로 여기고 있었으니 그렇다 쳐도 정작 와이브로를 전사적 사업으로 추진해 온 KT의 답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얼마 전 와이브로의 서비스명을 공모했었는데 아직 정해지지 않아 홍보를 미루고 있다”고 밝히고 “새로운 브랜드가 정해지는 대로 홍보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u-IT839 정책 과제의 하나로 국가적 사업을 추진해 온 와이브로가 서비스 첫날부터 삐걱거리는 느낌을 주면서 시작하는 것에 대해 “국책사업이라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냐”, “일정 맞추기에 급급하다보니 그런 것이 아니냐”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들린다.

국내 기술진이 표준화를 주도한 와이브로가 상용화되면서 우리나라가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는 당초 기대가 실현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광대역 무선인터넷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 IT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 활성화와 함께 해외로 진출,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와이브로는 무선으로 초고속인터넷을 확장하고자 하는 해외수요를 반영해 전송속도와 서비스 안정성을 강화하는 기술진화와 함께 전략적 제휴를 동시에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