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은폐가 피해자 양산시켜
2017-04-27 매일일보
[매일일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해업체가 내부적으로 제품의 인체 유해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을 파악해 놓고도 아무런 조치도 없이 판매에 나섰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기업의 윤리의식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허탈함마저 든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기업이 우리 주변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검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최대 가해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의 현 연구부장인 최모씨는 2001년 전후 옥시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며 제품 첫 개발 및 제조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최씨는 당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가능성을 파악한 뒤 이를 연구소장 김모씨 등 상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이런 점을 놓고 볼 때 PHMG의 유해 가능성은 옥시 내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공유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옥시는 흡입독성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은 채 2001년 제품을 출시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당시 국내 가습기 살균제 시장 규모는 10∼20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흡입독성실험 비용은 3억원 안팎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검찰은 옥시 측이 원가절감 압박 속에 안전성 점검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사실 관계가 이렇게 밝혀지고 있는데도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신현우 전 대표이사는 제품 출시를 승인하기 전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유해성을 알지 못한 채 판매만 허락했다고 주장한 것이다.참으로 뻔뻔스럽기만 하다.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교묘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수사가 진행되면서 옥시는 서울대에 의뢰한 가습기 살균제 실험 보고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수령조차 거부하는 등 조직적 은폐를 자행해 온 것으로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어떻게든 책임을 모면해보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평생을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가 보이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앞으로 이들의 죄는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은폐가 피해자를 양산시켰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우리 스스로 자성(反省)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