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산은 지원시 중앙은행 기본원칙에 맞아야”

“정당성 검토 필요”… 논의과정서 진통 예상

2017-04-28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한국은행이 조선업, 해운업 등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신중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28일 한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국책은행 지원 방안을 논의할 수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도와줄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에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에 출자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도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지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은 관계자도 “한국은행이 발권력으로 산업은행을 지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발권력 동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지난 27일 청와대 관계자는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의 방안으로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는 방법이 있고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에) 직접 출자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같은 날 산업은행 정책기획부문장인 이대현 부행장은 한은이 산은의 신종자본증권 등 후순위채를 인수하거나 아예 자본금을 주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다음 주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 주도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논의를 앞두고 잇단 주문에 한은의 고민이 커졌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국은행법에는 한은이 영리기업의 소유나 운영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산업은행에 출자하려면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한은이 산은의 후순위채를 인수하려고 해도 현행법상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   여기에 돈을 찍어내는 발권력을 둘러싼 논란은 한은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발권력 동원은 정부 재정과 달리 국회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발권력 동원이 과도하면 화폐가치 하락, 특정영역 지원에 대한 특혜 시비 등 부작용을 낳고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한은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수출입은행에 2000억원을 출자한 이후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나선 적이 없다.   더구나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의 부실 경영과 금융기관의 부실 대출 등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