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국민참여 경선제, 대선구도 '태풍의 눈'

“당심 아닌 민심으로 후보 선출해야 본선서 이긴다”

2007-07-20     매일일보
한나라당 일부에서 제기된 ‘완전 국민참여 경선제’ 실현 가능할까? 7.11 전당대회 후유증으로 내부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오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검토를 주장한 이후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국민참여 경선제에 대해 이미 이명박 전 시장 측과 손학규 전 지사 측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일단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논쟁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이미 열린우리당이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서 ‘완전 국민참여 경선제’를 채택하기로 한 가운데 이재오 최고위원이 이 문제에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당심’이 ‘민심’과 차이가 클 경우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이 최고위원이 이명박 전 사장에게 유리한 대선 후보경선 구도를 만들려고 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어 현 단계에서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전 대표 측은 현재의 당헌당규에 명시된 대선후보 경선제도는 사실상 ‘50% 국민경선제도’이고 당 혁신위가 오랜 연구 끝에 마련한 방안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개정 불가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규정에도 민심이 50%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민심 반영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완전 국민참여 후보경선제도는 당내에 특별한 조직이 없어도 국민적 지지율이 높을 경우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방식이다. 때문에 대선 예비주자들이 유리한 당내 후보경선 구도를 만들기 위해 계보를 만들거나 세몰이로 당원들을 줄 세우기 할 이유가 없어지는 장점과 함께 대선 후보군을 확대하는 효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후보 선출을 놓고 당내 갈등이 일어날 이유가 크게 줄어들고 특히 돈 안 쓰는 후보경선이라는 장점도 있다. 열린우리당이 완전경선제 채택을 준비하는 것도 외부에서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후보를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 때문이다. 이 경우 국민경선을 통한 국민후보 탄생이라는 정치적 홍보효과도 극대화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서둘러 국민참여 경선제 도입 계획을 미리 공개한 것이 고건 전 총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고건 전 총리의 입장에서는 매우 관심 있는 제도임에 틀림없다. 100% 국민참여 경선제는 사실상 국민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결정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대권 도전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정당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없다. 한나라당은 이미 여러 차례 고건 전 총리에게 ‘한나라당에 어울리는 분’이란 표현으로 고 전 총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문호가 개방되어 있음을 암시해오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정치적으로 중도개혁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만을 놓고 비교할 때 열린우리당 보다는 한나라당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에 고 전 총리의 세력이 없기 때문에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에 합류해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분석해 왔다. 그러나 만약 한나라당이 전격적으로 완전 국민참여 경선제를 채택할 경우 고 전 총리의 행보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100% 국민참여 경선제를 채택할 경우 대선 예비후보군이 다양해질 수 있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등 새로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사실 100% 국민참여 경선제는 극약 처방에 해당되는 선거 전략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대세론 속이 민주당이 부분적인 국민경선제를 도입해 민주당 후보 경선이 흥행에 대성공했고 그 여파로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대세론을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잠재울 수가 있었다. 그 후 각 정당들은 그 동안 당심에 의존했던 각급 선거 후보 선출에서 민심 반영율을 꾸준히 높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31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막판 등장과 당선이 민심에 의한 대표적인 전략선거인 셈이다.2007년 대선 역시 열린우리당은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를 던져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한나라당에 비해 뚜렷한 대선후보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고건 전 총리를 염두에 두는 시각도 있지만 이미 고 전 총리는 특정 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상태다.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후보경선 제도를 완전한 국민참여 경선제로 한다는 원칙을 일찍이 정해 고 전 총리를 포함한 외부 인사들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는 전략이다. 8월 초 ‘희망한국 국민연대’ 발기인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고건 전 총리가 ‘희망한국 국민연대’의 성격에 대해 전국적인 준정당형태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도 ‘정당을 만들 이유가 특별히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완전 국민참여 경선제가 현실화 될 경우 정당 조직 보다는 국민적 지지도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독자적인 정당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 경선제는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갖고 있지 않는 고건 전 총리가 가장 선호하는 후보선출 방식인 셈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국민참여 경선제를 채택할 경우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 합류 문제를 검토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도 없지만 한나라당이 아닌 반한나라당 연대세력들이 완전 국민참여 경선제로 후보를 선출할 경우 고 전 총리의 선택은 이미 정해진 것과 같다. 한나라당 일부에서 완전 국민참여 경선제를 주장하는 것은 당심이 아닌 ‘민심’으로 선출된 범여권 후보를 ’당심‘이 크게 작용해 선출한 한나라당 후보가 이길 수 없다는 걱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열린우리당 보다 유리한 대선 구도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 도박에 가까운 극약처방에 해당하는 완전 국민참여 경선제를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극약처방은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기지 않으려는 열린우리당이 해 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극약처방식 완전 국민참여 경선제를 구경만 하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도원 기자 [중도와 균형을 표방하는 신문-업코리아(up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