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의문사' 올 들어 3명... 두산의 저주?

노조, "합병 이후 해괴한 경영방침 직원 사지로 내몰아"

2006-07-21     한종해 기자
<매일일보 한종해기자> 두산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올 들어서만 3명의 사무직원들이 자살하거나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자살한 2명은 ‘살인적인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의 주요인이었다는 직원들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어 M&A이후 두산의 이해할 수 없는 경영방침이 직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이 회사의 조 모 차장은 들어오는 지하철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이 회사 연구소 직원 김 모씨가 건물 3층에서 투신자살했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 노조 측은 회사의 과도한 업무와 이해할 수 없는 연봉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압박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사무직지회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한 이후 힘에 부칠 정도로 업무의 분량이 늘었다. 그로 인해 직원들이 받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굉장하다”고 전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수시로 점수를 매겨 연봉에 적용하는 등급 평가 연봉제를 적용해 회사 내 동종 동급 직원 간 임금격차가 1천만 원가량 나는 등 압박을 더하고 있다”며 “이가 이들의 자살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0일 자살한 조 씨의 경우 사망 1~2주 전 식욕부진과 체중감량으로 병원을 찾았고 검사결과 우울증 가능성을 진단받았다”며 “유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망 전 동생에게 업무가 너무 많아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호소한 바가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두산인프라코어로 바뀌고 나서 늘어난 업무와 등급 연봉제에 의한 압박으로 인해 우울증이 왔고 이로 인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씨 보다 앞서 투신한 김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노조 측은 전했다. 또한 사측이 과거부터 김 씨가 정신질환을 앓았고 이로 인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사무직지회의 한 관계자는 “김 씨의 경우도 조 씨와 같이 회사에서 받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우울증에 걸려 자살한 것 일 것”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사측에서는 김 씨가 과거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도 그로 인해 적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를 자살 이유로 삼고 있다”면서 “그러나 의료보험공단에 확인 결과 정신치료와 관련된 어떠한 병과기록도 없으며 유가족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며 “이 회사(두산인프라코어)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에 걸려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얼마 전 의문사한 한 직원의 경우사내에서는 ‘실족사다’, ‘자살이다’등 추측이 난무할뿐 아직까지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우종합기계가 두산으로 인수되어 두산인프라코어로 바뀐 이후 우울증이라는 유사한 증세로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노조 측은 회사 측의 살인적인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는 두 사람의 자살사건을 회사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관계자는 “대우에서 두산으로 바뀜으로써 해외 사업을 비롯한 추진 프로젝트가 늘어 일이 늘어난 것”이라며 “오히려 힘없이 돌아가던 대우가 활기차게 바뀌어 직원들이 좋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연봉의 경우도 동기유발을 위해 등급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기밀이라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노조가 말하는 것처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 씨의 자살 사건에 대해서는 “독신에 질병도 갖고 있었고 휴직계를 신청하는 등 개인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점으로 미뤄 개인적인 사유로 자살했을 것”이라고 회사와는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김 씨 사건 역시도 “성격 등의 이유로 회사를 여러 번 옮긴 것으로 안다”며 “같은 부서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회사에 적응을 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살 역시 이러한 이유가 아니겠는갚라고 과도한 업무와는 상관이 없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김 씨의 사망 당시 그의 가족이 회사 앞에서 회사의 잘못을 규탄하는 시위를 가졌었고 이를 막기 위해 사측이 김 씨의 가족과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이는 사건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 두산인프라코어가 손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협상 내용은 두산인프라코어와 김 씨의 가족들이 밝히지 않고 있어 알려진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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