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대선 따른 對한반도 정책 변화 발 빠른 대처 절실

2016-05-03     매일일보
[매일일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에 따르면 트럼프는 41%의 지지율을 기록해 39%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2%포인트 앞섰다. 두 사람의 ‘본선 맞대결’ 구도가 가시화된 이후 양자의 가상대결에서 트럼프가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그동안 ‘트럼프는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었다. 선출직 경험이 전무(全無)한데다 국정을 다뤄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배치되는 여론조사가 나왔고 특히 지지세 확장 측면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보다 트럼프가 유리한 것으로 조사됨으로써 미국 대선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미국 대선의 여론조사 결과가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그동안 트럼프가 한미동맹에 대해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하며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 비율을 늘리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전통적인 한미 관계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는 지난 3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트럼프 진영의 외교안보팀을 이끌고 있는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2012년 발효된 한미 FTA가 미국 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고 밝힌 것도 우리로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현재 군사위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세션스 의원은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 주가 지역구여서 한미 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신봉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우리는 트럼프가 한미동맹의 공약을 위태롭게 하는 말을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현재 정부는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세션스 의원을 비롯한 트럼프 캠프 정책 참모들에게 다각적 접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다면적인 접촉을 통해 상황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는 사실이다. 제대로 대응 못한 채 허둥지둥하다가는 위태로운 상황을 맞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