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정부 갈등여지 불구 '신중론'

이주열 총재 “양적완화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으로 봐야”

2017-05-05     송현섭 기자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한국은행이 ‘한국판 양적완화’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추진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이주열 총재는 현지시간 4일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방문 중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국민적 공감 ▲지원손실 최소화 등 2개 조건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책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자산 매입을 전제로 직접 통화량을 늘려온 ‘양적완화’란 용어가 맞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신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으로 불러야 한다고 발언,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특히 이 총재는 특혜시비를 우려한 야당 등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출자보다 지원금 회수를 전제로 하는 대출방식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출자방식 역시 고려할 수 있다는 부연설명이 곧바로 이어졌지만, 이는 유일호 부총리 등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려는 정부 당국자들의 최근 발언과 다른 인식이 표출된 셈이다.이 총재는 앞서 한은이 원론적인 정부의 재정역할을 거론했다 갈등을 빚는 것으로 비춰진데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그는 “구조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한은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한국형 양적완화’에 반기를 들었다는 보도에 당황했다”고 토로했다.또한 그는 “모든 논의는 협의체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난 4일부터 시작된 관계기관 협의체의 역할을 강조했고, 구조조정에 대한 이런 의견을 유 부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반면 정부와 청와대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법 개정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고, 금융위는 한은이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한편 지난 4일 협의체 첫 회의는 재정 및 통화정책을 포괄적으로 검토한다는 대원칙에는 동의했으나 구체적인 사안별로 정부와 한은이 맞설 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