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짝퉁이 몰려온다... 한국제품 뭐든지 “베껴!”

“더 이상 못 참아” 무역협회 종합대응센터 발족

2006-07-21     한종해 기자

<매일일보 한종해기자>‘휴대전화, MP3플레이어, 에어컨, 담배, 맥주, 티셔츠...’ 최근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한국제품 짝퉁 목록이다. 최첨단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에서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한국제품을 모방하는 짝퉁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명품으로 대접받는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전화와 LG전자 에어컨은 중국산 짝퉁으로 매출감소와 이미지 추락 등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산 짝퉁은 그동안 중국과 홍콩 등에서 많이 팔렸지만 최근엔 한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판매지역이 확대되고 있어 짝퉁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커피, 담배, 맥주 짝퉁은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올 3월 국내에서 처음 적발된 중국산 짝퉁 담배 중에는 국산 정품 담배보다 타르와 니코틴 함량이 최대 9배 이상 많은 것도 있었다.

KT&G 박원락 과장은 “짝퉁 담배는 가래와 가슴통증, 현기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짝퉁 단속 전문업체 ‘대상정보’의 정태은 사장은 “짝퉁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과정은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 제조회사들이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중국산 짝퉁은 동대문 남대문시장에서 대규모로 거래돼 적발하기가 쉬웠지만, 최근 들어서는 점조직 현태로 판매돼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해양경찰서와 부산세관은 지난 달 29일 중국산 ‘짝퉁 명품’을 대량으로 밀수입한 혐의(상표법 위반 등)로 밀수업자 주모(34)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주씨 등은 지난 26일 해외 유명상표를 도용한 가짜 롤렉스 시계와 프라다 가방 등 중국에서 제작된 가짜 명품 4만8천여점(진품시가 138억원)을 중국 선적 컨테이너선(5200t급)B호에 실어 중국에서 부산항으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 조사 결과 이들은 관리대상화물 선별 검사를 피하기 위해 조명기구용 유리관으로 품명을 속여 세관심사를 통화했으며 부산 사하구 하단동 모 카센터 창고에서 밀수입한 물건을 차량에서 내리다 해경과 세관의 합동단속반에 붙잡혔다.

중국 한 업체가 레인콤 MP3플레이어(MP3P) 'U10'과 똑같은 디자인을 한 제품을 내놓는 등 중국 MP3P 짝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MP3P 업체 ‘예퀴(Yue Qi)'는 레인콤 U10과 색상 및 디자인이 거의 똑같은 MP3P 'LY-PM08'을 판매중이다.

LY-PM08은 언뜻 보면 U10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 다만 U10에서 채택한 다이렉트 클릭이 적용되지 않고 제품 상단 버튼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 기본 MP3P 기능 이외에 MP4 동영상 재생, 텍스트 파일 뷰어 등도 제공하며 가격은 1GB제품이 62달러 수준으로 U10에 비해 30% 수준이다.

현대모비스 부품영업본부 K이사는 요새 가짜 한국산 자동차부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자동차 부품의 20~30%를 중국에서 건너온 ‘가짜 부품’들이 차지하면서 매출확대에 차질이 빚어지고 운전자와 승객들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K이사는 “이들 짝퉁이 순정부품으로 둔갑해 해외에 수출까지 되면서 국산 자동차의 국제 신뢰도까지 떨어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내에서 돌아다니는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10~12%(650만대)가 짝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짝퉁으로 인한 우리 업체의 수출피해액은 연간 15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던 모조품이 점차 중동, 동유럽, 남미 등 제3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올 4월 광둥성 광저우 지역에 있는 에어컨 짝퉁 샌산업체에 대한 제보를 받고, 한 달 동안 자체 조사를 벌여 중국 경찰에 신고했다.

이런 식으로 LG전자가 적발한 상표권 도용 건수는 2003년 6건, 2004년 8건에 이어 작년에는 무려 26건으로 늘어났다.

커피업체 동서식품은 작년 하반기부터 지방의 중소도시 재래시장에서 1회용 커피 ‘맥심 모카 골드’의 짝퉁 제품이 3분의 1 값에 팔리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이 제품은 중국에서 제조된 커피를 국내로 들여와 포장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수천막 소재로 쓰이는 석유화학 제품 타포린을 생산하는 S산업의 황모 사장도 지난달 중동의 두바이를 방문한 뒤 깜짝 놀랐다. 중동에 수출한 적이 없는 자사의 타포린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딱지가 붙은 채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

황 사장은 귀국 후 무역협회에 전화를 걸어 “제 3국에 은밀히 수출되는 짝퉁 상품으로 인한 피해를 막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옥션 G마켓 등 인터넷 ‘e마켓 플레이스’에서 ‘애스크’, ‘베이직하우스’ 등 중저가 캐주얼 의류 짝퉁이 정품의 20~50% 수준에 팔려 해당업체들이 가슴을 치고 있다. 캐주얼 의류업체들은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짝퉁들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보고 있다.

베이직하우스를 홍보하는 서영진 씨는 “소비자들은 중저가 의류에도 짝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짝퉁 의류를 산다”며 “이런 짝퉁 때문에 제품 이미지가 나빠지면 중저가 의류업체는 커보지도 못하고 고사할 수 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국내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업계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무역협회는 4일 무역센터 트레이드타워에서 가짜 한국산 제품 난립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상품모조 종합대응센터’를 발족시켰다.

종합대응센터는 ▲모조품 피해사례 접수 및 대응상담 ▲중소 수출업체의 피해예방 및 대응지원 ▲현지 단속전문 에이전트 고용을 통한 현지단속 ▲현지 법률가를 통한 민, 형사 소송대행 등을 통해 짝퉁의 유통을 차단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무역협회는 “그동안 피해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해왔으나, 중소기업들이 경험부족 및 비용부담, 피해 발생국 현지 단속 에이전트 고용의 어려움 등 애로가 많아 종합대응센터를 발족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업계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중국이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 선전시 바오안구 인민법원은 지난 5월9일 삼성 상표를 무단으로 만들어 팔던 20대 업자에게 상표권 침해죄로 징역 6년에 벌금 20만위안(2400여만원)을 선고했다고 삼성전자가 4일 밝혔다.

앞서 선전시 푸텐구 인민법원도 지난해 5월 삼성 휴대전화 배터리 모조품을 만들어 판매한 30대에게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3만위안을 선고했다.

그동안 가짜상품 단속과 처벌에 중국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중국산 짝퉁 제품이 판을 치고 있다는 각국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최근 변화 움직임은 국가 신인도 등을 고려할 깨 범람하는 ‘짝퉁’ 범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하이 중심부의 유명 짝퉁시장인 상양시장 철거 방침 등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의 태도가 실제로 변화하고 있는지 알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현지에 자체 단속반을 두거나 전문 조사업체를 고용해 짝퉁 색출에 나서온 한국 기업들은 단속의 고삐를 더 죄고 있는 형편이다.

올 초 중국산 짝퉁 제품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LG전자는 지난 4월 광둥성 LG상표를 도용한 에어컨 생산업체를 적발했다. LG전자가 2003년 부터 국외에서 적발한 40건의 상표권과 디자인 등의 모방 및 도용사례도 대부분 중국에서 발생항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모조품 적발 대행회사 2곳을 고용해 단속을 벌여 매년 100여 업체를 중국 당국에 넘기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특허지원센터의 양준규 과장은 “이번 실형 선고가 일부 지역에 지나지 않아 광범위하게 저질러지는 지적재산권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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