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진정한 이란 잭팟 터트리려면

2017-05-08     이상민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으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37년간 내려졌던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도로와 생산시설 등 인프라 재건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인구 8000만 명의 거대시장인 이란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은 이제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청와대는 일찌감치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첫날 현지에서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통해 371억 달러(한화 42조원), 구두 합의 사업까지 합치면 최대 456억 달러(한화 52조원) 규모의 ‘수주 잭팟’을 터뜨렸다”고 발표했다.박 대통형의 이란 방문에 대기업의 총수들과 CEO 등을 망라한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면서 이번 방문의 방점이 경제에 찍혔음을 예견할 수 있다.‘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경제 살리기 행보 덕분에 지난 3주간 내리막길을 걷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했다는 여론조사가 쏟아졌다. 국민들의 무엇을 원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하지만 잠시의 인기를 위한 실적 부풀리기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인기에 영합해 성급히 추진한 해외 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표류하며 국부창출은 고사하고 정권의 발목을 잡는 일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블과 몇 년 전 MB정권 시절만 봐도 엄청난 국익을 가져다 줄 것처럼 포장돼 각광받았던 소위 ‘자원외교’가 천문학적인 비용만 날린 채 커다란 손실만 안겨준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지금은 수치화된 천문학적 사업 규모에 현혹돼 환호성만 지를 때가 아니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란에서 진정한 성공을 거두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냉철히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정부가 발표한 성과들의 대부분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나 MOA 수준이어서 본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의 발표는 현재 얘기가 오가고 있는 30여개 프로젝트 모두를 따냈을 때를 전제로 한 실적 부풀리기라는 주장을 종식시키려면 그만한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또 37년간의 경제 제재로 정부 재정이 고갈된 데다 공사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자금력이 되는 기업도 많지 않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이 같은 이유 때문에 재원 조달 등 구체적인 지원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이번 발표가 자칫 이벤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 관계자들이 이란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재정 지원을 포함한 정부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렇다고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에 이란 프로젝트 자금지원 부담을 떠맡기는 것도 옳은 해법은 아니다. 국책은행들의 리스크 확대는 정부에는 물론 국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유럽과 일본은 물론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이란을 향한 파격적인 구애를 보내는 점도 낙관적인 전망만 하고 있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제사회는 냉철한 자국이익 우선주의만이 존재한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거는 나라가 공사를 최종 계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여기에 국제유가가 불안한 점도 공사 자체의 발주를 늦추거나 미룰 수 있는 악재다.정부가 이 모든 것들에 철저하게 대비해 진정한 ‘이란 잭팟’을 터뜨리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