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하기만 박사의 미국 BNL '가속기' 성공 스토리
세계 대표적 '방사광가속기 연구소' NSLS2에 한국인 최초 입사
2017-05-09 허수정 기자
[매일일보] 경남 산청의 농사꾼 자식이 어렵디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세계적인 미국의 과학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금의환향해 화제가 되고 있다.주인공은 미국의 대표적 방사광가속기 연구기관인 BNL(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브룩헤이번 국립 연구소)의 산하 연구기관인 NSLS2(National Synchrotron Light Source-Ⅱ·국립 싱크트론 광원) 소속 하기만 박사(47).'2016 국제가속기콘퍼런스'(IPAC)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 벡스코 앞 숙소에서 행사를 하루 앞둔 8일 만난 하 박사는 1m65㎝ 가량의 작은 키에 수더분한 차림으로 여전히 농부의 아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그가 전세계에서 '방사광 가속기'의 대표적 연구소인 미국의 BNL에 입사하기까지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한편의 드라마에 가깝다.(방사광 가속기는 생명과학과 산업적 활용을 위한 화학 분야의 미래를 혁명적으로 바꾸게 될 '꿈의 빛'을 가속해 발생시켜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대형 연구 장치다. 방사광 가속기는 신약개발을 비롯해 나노산업 등 미래 기술의 향방을 결정짓는 바로미터로 인식되면서 최근 선진국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과학분야다.)하 박사의 인생 역전은 22세가 되던 1991년 포스텍(포항공대)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 기술원(연구생)으로 채용되면서 시작된다.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2남2녀 장남으로서 산청에서 경남 창원의 창원기계공고에 진학한 그는 고교를 졸업한 직후에는 창원과 대구에서 평범한 전기 기술자로 지냈다.그런 그가 우연히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이 놓고 간 일간지의 신문에 난 포항가속기연구소의 기술원 모집공고를 보고 응시, 합격의 행운을 잡게 된다.(하 박사의 인터뷰에 배석한 박수한 당시 포항가속기연구소 선임연구원(현재 케이씨씨전자 사장)은 "촌놈의 느낌이 물씬(?)했지만, 50명의 지원자 가운데 그의 열정과 도전 의지를 높이 사서 채용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이후 하 박사의 멘토 역할을 자임, 학업을 계속하도록 지원해 준다.)그는 이후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재직하면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컴퓨터학과에 진학한 뒤 한국해양대에서 김윤식 교수의 지도아래 2009년 2월 전기과학 분야의 박사학위까지 받는 '악바리'같은 학업열을 쏟아부었다.그의 도전 의지는 박사학위를 받는 그해 미국의 국립 방사광가속기 연구기관인 NSLS2로부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스카우트되는 영광으로 이어졌다.(뉴욕주 롱아일랜드 섬에 있는 브룩헤이번 국립 연구소(BNL)의 부설 기관인 NSLS2는 전 세계 가속기 가운데 가장 최근에 건설돼 운용되고 있는 3세대 방사광 가속기이다. 이곳은 지난 2009년 건설되기 시작, 2015년부터 유저에게 방사광을 서비스하고 있다. BNL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7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미국 과학분야 특히 '거대 과학'으로 표현되는 방사광가속기의 상징적 기관이다.)부인과 결혼과정에서 순애보 또한 감동적이다.고교 졸업 직후 회사를 다니다 만난 4살 위 부인은 대학 시절부터 시집을 낼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던 시인으로, 하 박사는 처갓집의 반대에도 8년 동안의 연애 끝에 결혼 승낙을 받아냈다.그는 현재 BNL이 있는 롱아일랜드 섬에서 7년째 부인과 두딸과 함께 살고 있으면서 2년에 한번꼴로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곤 한다.하 박사는 부산 벡스코에서 9일부터 시작된 '국제가속기콘퍼런스'에서는 'Active Interlock and Post-mortem System Architecture'라는 주제로 12일 자신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포항가속기연구소 재직시절부터 그의 멘토 역할을 해 온 박수한 KCC전자 사장은 "하 박사가 BNL에 진출한 것은 당시 방사광가속기 분야의 변방이었던 우리나라의 사정을 감안하면 그의 열정이 이뤄낸 '토종 박사'의 쾌거"라고 칭찬했다.하 박사는 "한국 ITER(국제 열핵융합 실험로)와 미국 스탠포드 4세대 가속기 LCLS-2에서도 제어시스템 자문 역할을 해오고 있다"면서 "NSLS2에서 쌓은 기술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next generation) 가속기 개발에 동참하는 게 앞으로 희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