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대기업 힘겨루기… 주채무계열평가 지연
구조조정 이슈화에 기업들 예민
2017-05-12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대기업들과 주채권은행 사이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이슈화로 ‘중점 관리 리스트’에 오르는 것에 극도로 민감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초 지난달 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됐던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작업이 지연돼, 이달 말이 돼야 마무리될 전망이다.주채무계열 제도는 주채권은행이 주요 대기업그룹의 재무구조를 매년 평가하고 재무상태가 악화된 그룹은 별도 약정을 맺어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관리제도다.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3월 초 기업 구조조정 진행 현황 브리핑에서 “주채권은행이 4월 말까지 재무구조 평가를 완료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5월 말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그러나 지난달 말 완료했어야 할 재무구조 평가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은 그룹은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채권단은 지난 2014년 42개 주채무계열을 평가해 이 중 14개 대기업 계열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고, 지난해에는 41개 계열 중에서 11개 대기업 계열과 약정을 맺었다.대표적으로 양대 해운사를 계열사로 둔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 수년째 강도 높은 자체 구조조정을 벌여왔다.금융권에서는 신규 약정체결 대상으로 거론된 대기업 계열들이 약정 대상에 포함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평가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정치·경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한 가운데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거론되기만 해도 예비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 대기업 총수들이 평가 결과에 극도로 민감해하고 있다는 것이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약정 체결에 민감해 하는 게 당연하지만, 올해는 구조조정이 이슈화하면서 평가결과에 유독 민감해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대기업 계열은 주요 고객사로서 은행들엔 ‘갑’이기도 해 부실 요인이 있더라도 주채권은행이 신규 약정 체결 대상으로 섣불리 선정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한편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은 일부 대기업 소속 계열회사의 부실 전이를 막기 위해 별도로 2분기 중 주채무계열 소속 개별 기업체를 상대로도 재무구조 평가를 벌일 계획이다.지난해 소속기업체 평가 결과에서는 11개 기업이 취약기업으로 분류돼 채권단과 해당 대기업 계열 간 별도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