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가이드라인 100일… '풍선효과' 등 부작용 속출

은행 대출 조이자 2금융권으로 몰려
대출기간 연장 등 보완책 마련 필요

2017-05-12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정부와 은행권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나면서 정책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소득심사를 깐깐히 해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가이드라인의 취지다. 정부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이유는 가계부채가 국가 경제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2014년보다 5.2%(41조4478억원) 늘어나는 동안 가계부채 잔액은 11.2%(121조7206억원) 급증했다.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의 ‘2015년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는 가처분소득의 25%를 대출 원리금(원금과 이자)을 갚는 데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이런 가계부채의 급증 속에 지난 2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된 후 가계대출 증가세는 정부의 의도대로 완만하게 꺾였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동기(11조6000억)보다 1조9000억원 하락한 9조7000억원이었다.특히 대형은행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모기지론을 제외한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1분기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연말보다 4조3396억원 늘어났다.그러나 제1금융권의 대출 증가세 둔화와 달리 2금융권 대출은 급증하고 있다.새로 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깐깐해진 은행 심사를 피해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지난 2월 말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52조8561억원으로, 두 달 전인 지난해 말(248조6323억원)보다 4조2238억원 늘었다.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11월 이후 최대 규모다.보통 1∼2월은 주택거래가 줄고 직장인들의 연말 상여금으로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대출 비수기로 꼽혀 올해 급증 현상은 이례적이다.가계가 2금융권에서 생활비를 확보하려고 대출받는 경우가 많아 전체 대출규모는 줄이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이자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또 이미 거치식으로 대출을 받은 뒤 생활비를 쪼개 이자를 내던 시민들은 같은 조건으로 ‘갈아타기’가 불가능해 짐에 따라 갑자기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고, 주택거래량도 급감하는 등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2014년 3월 1억7596만원에서 올 3월 2억2647만원으로 28.7% 뛰었다.같은 기간 서울지역 평균 전셋값은 3억300만원에서 4억244만원으로 2년 만에 약 1억원(32.8%) 올랐다.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내집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모기지 대출 기간을 30년 이상 늘리고, 현재 디딤돌 내집마련대출제도와 같은 제도를 확대 도입해 금리를 낮춰주는 등 탄력적인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